[대학평가]12.연재보도를 보고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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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전국대학평가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종합평가 5회, 교육대 평가 1회, 학과평가 5회에 걸쳐 연재됐다.

중앙일보는 매년 대학평가가 끝난뒤 교육전문가.대학 관계자.독자등이 제시한 의견을 수렴, 대학평가 방식을 개선하는데 활용해 왔다.

올해도 지난해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했지만 미비하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동국대 송석구 (宋錫球) 총장, 교육부 김영식 (金永植) 대학교육정책관, 연세대 한준상 (韓駿相.교육학과) 교수, 용산고 안진균 (安珍均) 교사를 초청, 올해 대학평가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내년을 위한 개선점을 찾아 본다.

▶宋총장 = 대학교육협의회도 대학평가를 하고 있지만 대학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교협은 구체적인 평가 내용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지만 중앙일보는 외부에 발표하니까 엄청난 파문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다만 중앙일보가 대교협만큼 철저한 준비를 했는 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남아요. 또 중앙일보 평가는 물량적인 평가에 치우쳐 있어요. 신흥대학은 학생수가 적은 반면 교수는 많고 시설이 좋아 높은 점수를 받지만 역사가 오래된 대학은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체 대학을 설립연도 기준으로 20년 미만 대학, 20~40년 대학등으로 나눠 평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전국 대학을 일렬로 줄세우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대학간에 큰 격차가 생기는 이유를 밝혀주는 것이 대학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金정책관 = 평가기관은 점수를 매겨 서열화하는 수직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국 대학별 장.단점을 교육 소비자에게 밝히는 접근법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요. 평가방식도 개선되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평가방법에는 양적인 측면을 측정하는 '정량 (定量) 적 방법' 과 질적인 측면을 보는 '정성 (定性) 적 방법' 이 있습니다.

객관성과 공정성만을 고려한다면 정량적 방법을 사용하게 되지요. 정성평가 방법은 주관적인 평가로 흐를 수 있다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정성평가 지표들을 개발해 질적인 평가가 가미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투입요소 (input)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이고 산출 (output)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부족한 것 같아요. 대학을 평가할 때는 졸업할 때 얼마나 우수한 학생으로 육성해 배출하는가를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韓교수 = 일반 교육 소비자들도 손쉽게 대학의 실태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정량평가를 더 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앙일보가 인위적으로 통계를 조사하거나 별도로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만 대학과 관련 교육기관들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安교사 = 대학평가의 모든 자료들이 공개돼야 합니다.

이제 고교에서도 최선의 대학 선택을 위해 이런 평가자료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대학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중앙일보 대학평가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지나치게 서열화하면 명문대.비명문대의 순위가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수.우.미.양.가로 평가하는 것이 어떨까요. 또 너무 도식적으로 통계 수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매년 전국대학을 통틀어 평가할 것이 아니라 3, 5년등 일정 주기별로 평가하거나 대학중 특정계열.단과대만을 비교평가하는 방법도 검토할만 합니다.

▶宋총장 = 평가방법을 개선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각 대학이 교육부에 제출한 교육개혁 평가자료를 핵심 평가지표로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특수목적대인 포항공대와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은 재단이나 정부의 재정지원이 엄청납니다.

이들 대학이 매년 1, 2등 하는데 중앙일보가 계속 두 대학을 다른 대학과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 발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韓교수 = 사실 포항공대와 KAIST는 규모는 물론 교육목표가 다른 종합대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분류방법을 새로이 개발해야 합니다.

중앙일보가 평가를 위해 교육부의 자료나 지표를 사용하는 것은 좀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와 차별화돼야 한다는 뜻이지요. ▶宋총장 = 공대는 공대끼리, 사립대학은 사립끼리, 국립은 국립대학끼리 분류해서 평가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중앙일보 평가에서는 재정이 튼튼한 대학일수록 유리해요. 앞으로는 대학의 노력을 평가에 더욱 반영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재정 규모는 작더라도 대학이 얼마나 질적인 발전을 했는가를 평가에 담아야 합니다.

▶韓교수 = 자료 분석방법도 좀더 수준이 높아져야 합니다.

예컨대, 단순히 교수 연구비가 많은 것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연구비와 연구실적의 상관관계를 평가에 반영해야 합니다.

연구비는 많은데 연구 실적이 나쁘면 연구비를 낭비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평가지표는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순수 취업률처럼 단순.확실한 지표를 사용해야 합니다.

▶金정책관 =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신뢰도를 좀더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 전문기관과 협력하거나 자료해석할 때 해당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평가지표와 가중치를 정할 때 전 대학에 설문조사, 결정하는 방법도 있어요.

▶韓교수 = 중앙일보가 대학 발전을 위해 평가하고 있다면 감사 기능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방 대학과 군소 대학의 살길을 모색해 줘야 합니다.

각 대학이 특성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安교사 = 대학도 달라져야 합니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제자들을 보면 고등학교때보다 더 공부하는 것 같지 않아요. 고등학생들은 대학을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장래 직업을 생각하게 됩니다.

각 대학은 특정분야에서는 국내 최고라할 정도로 발전해 학생을 유인해야 합니다.

▶金정책관 = 대학이 발전을 원한다면 우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진단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 청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교수들의 자기 혁신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는 사고도 바뀌어야 합니다.

다양한 인재가 필요한 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이에 걸맞는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韓교수 = 대학 발전이란 시각에서 본다면 교수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제도로는 교수가 제대로 연구하기 힘들어요. 연구전담 교수와 강의전담 교수로 분화돼야 합니다.

▶宋총장 = 대학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자기 혁신없이 발전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개혁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대학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총장도 교수도 서비스해야 하고 대학은 교육 소비자에게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합니다.

정리 = 이무영 기자

<참석자>

송 석 구〈동국대 총장〉김 영 식〈교육부 대학교육정책관〉한 준 상〈연세대 교수〉안 진 균〈용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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