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주식(48) “증권사의 상술에 당하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 펀드'의 대부분은 중국 대륙이 아닌 홍콩증시에 투자된다. 이제 어지간한 투자가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확하게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투자된다. 흔히 H주라는 종목이다. '13억 경제학 칼럼'에서도 많이 다뤘던 문제다. (여기를 참고하세요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9549644 )

지난 주 열렸던 '13억 경제학' 오프라인 모임에서 또 그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홍콩펀드'라고 해야지 왜 '차이나 펀드'냐?
내 돈 떼인 곳이 상하이가 아닌 홍콩이었다는 말이냐?

아직도 차이나펀드의 '진실'을 모르는 듯 한 질문이 여럿 나왔다. 질문을 들으며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혹세우민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실감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프라인 모임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열렸던 3월 모임에도 40여 명이 참석하시어 밤을 밝혔습니다.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한 세미나가 무려 3시간, 9시 30분까지 계속됐습니다. 차이나펀드가 주제였습니다. 한화증권 조용찬 중국 팀장께서 중국경제 전반과 시장상황을 설파해 주셨고, 제가 간단히 비유통주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뜨거운 토론이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장소를 빌려주신 우리은행 중국연구회 관계자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아주 멋진 강의실이었습니다. 앞으로 별 일 없는 한 우리은행 본점 회의실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13억 경제학'이 강의실을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이렇게 하나, 둘 쌓아가면 언젠가 '13억 경제학'오프라인 모임이 우리나라 최고의 중국경제 포럼으로 발전하지 않겠습니까? 정진, 또 정진할 뿐입니다. <不怕慢 只怕停! '느리다고 걱정하지 마라, 다만 걱정 할 것은 멈추는 것이다'>

상하이에서 특파원을 생활을 하던 시절, 아마 2005년 말 쯤으로 기억된다. 어느 증권사에 전화가 왔다. 그는 '차이나 펀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기자님이 쓰신 중국증시 관련기사를 차이나 펀드의 홍보용으로 써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당시 썼던 '중국 상하이 증시 급등 행진'이라는 기사를 두고 한 말이었다

이상했다. 중국증시 투자가 꽉 막힌 상태에서 '차이나 펀드'가 생기다니...그래서 물었다.

"차이나 펀드'가 뭔가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투자하는 겁니다"
"홍콩증시의 시세하고 상하이증시의 시세가 다른데, 그러면 홍콩증시 시세를 알려줘야 할 것 아닙니까?"
"홍콩에 상장됐어도 결국 중국기업이니까요. 중국증시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도 엄연히 다른 시장입니다. 상하이 증시와 홍콩증시는 시세도 뚜렷하게 달리 움직입니다"

전화는 그렇게 끝났다.
그렇게 우리나라 차이나펀드는 시작됐다.

증권사들은 차이나펀드를 만들면서 홍콩증시보다는 상하이 증시를 얘기했다. 홍콩경제는 숨기고 중국경제를 보여줬다. 왜냐? 중국이라는 나라의 '상품'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국경제가 2020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된다'며 '차이나펀드에 돈을 묻어라'고 펌프질을 해 댔다. '중국경제가 매년 10%이상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니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늦는다'며 투자가들의 등을 떠밀었다.

그들은 중국을 팔았다. 그것도 중국을 분칠해서 팔았다. 여기를 클릭해보시라. 주가가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하던 작년 3월에 벌어진 일이고, 그 기록이다.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는 우리 모두가 다 안다.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9264309

그렇게 '차이나펀드=중국투자'라는 환상이 생겼다. 증권사들의 얇은 상술이 진실을 슬쩍 감췄기에 나타난 일이다.

그들은 억울하다고 할 것이다. 홍콩 H주가 대륙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홍콩경제 자체가 중국의 영향을 받는다. 그들은 '내가 왜 틀린 말 했냐?'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는 엄연히 다른 시장이다. 종목이 다르고, 투자가가 다르고, 또 관리의 주체가 다르다. 시세는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중국에게는 긍정적인 뉴스가 홍콩증시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상하이주가는 홍콩H주 종목 투자의 여러 재료 중 하나 일 뿐이다.

펀드매니저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런 내용을 너무나 잘 안다. 얘기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은 펀드를 판매할 때 투자가들에게 어느 종목에 투자하는지 다 설명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자기가 할 일은 다 했다는 것이다. 투가자들의 소중한 돈을 관리한다는 우리나라 펀드메니저라는 사람들의 수준이 그정도 밖에 안된다.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투가자들을 호도한 책임은 어쩔 것인가?

증권사들의 알량한 상술에 투가자들의 가슴만 멍들고있다.

한 오프라인 모임 참석자는 세미가가 끝난 후 필자에게 넌즈시 말한다.

"나가 증권사의 상술에 당한거지요 잉?"

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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