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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주5일제, 준비없이 맞을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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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주5일제가 불과 일주일 뒤인 7월 1일 시행된다. 근로자 1000명 이상의 대기업과 모든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도 창출하자는 취지의 주5일제가 미칠 전 사회적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주5일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고, 예산권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빈틈없는 대응이 요구된다. 그래야 민간기업도 따라가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준비 태세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주5일제가 정착되려면 인력이 보충돼야 하고 이를 위한 재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주40시간 근무제 법안이 통과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병원노조가 어제까지 13일간이나 파업을 하고, 환자들이 고통을 겪은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책임이 크다. 노사 간 쟁점이 됐던 주5일제 근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인력을 늘리고, 토요 휴무로 외래진료가 감소하는 데 따른 수가체계 조정이 필요했다. 노조는 관련법이 통과된 직후부터 이런 점을 정부에 알리고 준비를 호소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고 한다.

철도.지하철.발전 등 핵심 공공부문의 노조는 현재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은 마련하지 않은 채 연간 휴가 일수를 줄이고 임금은 보전하라고 공공부문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올해 하투(夏鬪)가 장기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외신인도 회복의 관건인 노사관계 안정을 정부 스스로가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러고도 민간 기업에 대해 주5일제를 실시하라고 주문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주5일제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생색내왔다. 그러나 사람 수는 그대로인데 노동시간만 줄인다면 근무강도는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고통이 가중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