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관련 은행들, 진위 확인작업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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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한국당이 발표한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설에 거명된 금융기관및 기업중 일부가 비공개적으로 조심스럽게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신한국당의 폭로내용중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되는 점이 나오고 있어 폭로의 진위 (眞僞)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일은행은 7일 밤과 8일 오전에 걸쳐 양도성예금증서 (CD) 의 불법실명전환과 관련된 지점에 대해 비공식 확인작업을 벌인 결과 문제의 CD거래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은행 관계자는 "거래가 일어난 날짜를 전후로 보관된 전표를 비공식적으로 확인해 봤으나 비자금설과 관련된 내용의 거래전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 이 관계자는 또 "전표를 고의적으로 없앤 흔적도 없어 거래사실이 애초부터 없었거나, 아니면 폭로내용에 착오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또 B은행의 경우 거래기업이 수표를 가져와 다른 은행의 수표로 바꿔달라는 일이 가끔 있는데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해주고 있고 자료는 모두 필름등으로 보관하고 있어 불법실명전환이 아니라고 강력 부인했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금융기관은 실명확인의 의무만 질 뿐 돈의 출처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며 "마치 금융기관이 실명제를 위반한 것처럼 인식되면 곤란하다" 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한결같이 "폭로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해주는 것 자체가 실명제 위반" 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확인하지 않는한 은행이 먼저 나서서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한편 대우그룹도 신한국당의 40억원의 비자금 실명전환 주장과 관련, 8일부터 사실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폴란드 출장도중 신한국당의 발표내용을 보고받은 김우중 (金宇中) 회장이 "그럴리 있느냐" 면서도 "즉각 진상을 알아보라" 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쌍방울그룹은 8일 신한국당으로부터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실명전환 지목을 받은 쌍방울건설 유태화 (劉泰和) 사장을 퇴임시키고 신임대표에 이 회사 김박 (金博) 부사장을 임명했다.

이에 앞서 劉사장은 7일 밤 쌍방울건설 본사로 전화를 걸어와 "사실여부를 떠나 회사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며 사의를 표명해 왔다고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남윤호·이원호·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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