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수장 “북한이 발사하려는 건 우주발사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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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의 발언이 기존 미국의 대북 경고 메시지와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블레어 국장은 이날 “(우주발사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구분되지 않으며, 3단계 위성발사체가 성공하면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물론 미국 본토 일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혀 우주발사체 역시 미 본토에 대한 군사적 위협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외교안보 부처 당국자들이 일제히 “미국 입장은 가지(우주발사체)가 아닌 숲(군사적 위협)에 있다”고 입을 모은 근거다.

하지만 북한이 무엇을 발사하는가를 놓고 한반도 주변국의 이목이 집중된 민감한 시점에 미 정보기관 수장이 북한 주장을 일부 수긍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한·미 간 미세한 입장 차가 노출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그간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를 따지지 않은 채 ‘무엇을 쏘건 그 자체로 위협’이라는 입장을 지켜 왔다. 인공위성 가능성을 미리 거론해 북한의 노림수를 희석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정원·국방부에서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블레어 국장의 발언을 놓고 “북한이 인공위성을 준비할 경우 요격 명분이 줄어들 수 있음을 미리 시사한 것”(국책연구기관 인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차두현 박사는 “아직 북한에 줄 당근과 채찍을 확정치 않은 오바마 행정부가 일단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대북 관리 차원에서 우주발사체 얘기를 꺼냈을 수도 있다”며 “당분간 초강경 압박과 같은 외통수를 미리 두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6자회담 좌초 땐 핵실험 가능성”=한편 이날 국방정보국(DIA)의 마이클 메이플스 국장(육군 중장)은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6자회담이 좌초되면 영변 핵시설에서 핵물질 생산을 재개하거나 북한의 조건대로 대화에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비난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북한의) 시나리오엔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은 11일에도 키 리졸브 훈련을 비난하며 “자주권 수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위협성 발표를 이어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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