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구출' 비상] 울먹이며 "나는 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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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고 싶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TV에 등장한 김선일(34)씨는 절규했다. 알자지라 TV가 21일 0시10분쯤(바그다드 현지시간) 방영한 2분 남짓한 분량의 비디오 테이프에는 허름한 회색 남방셔츠 차림의 김씨가 "살려달라"며 울먹이는 장면과 3명의 인질범이 요구사항을 말하는 두 가지 장면이 등장한다. 김씨는 먼저 혼자 등장해 영어로 "나는 죽고 싶지 않다(Please, I don't want to die)"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신들의 목숨이 중요하다면 내 목숨도 중요하다(Your life is important, my life is also important)"고 절규했다. 납치범들에게서 한국군 철수를 말하라고 요구받은 듯 "여기서 제발 나가달라(Go out here, here, here)"고 울부짖었다. 김씨는 애처로웠다. 살려달라고 호소하면서도 정작 영어로는 "나는 살고 싶지 않다(I don't want to live)"고 말했다. 제 정신이 아닌 듯했다. 쉰 목소리로 말하면서 계속 양팔을 흔들어댔다. 극도로 불안한 모습이었다. 화면엔 이어 복면 차림의 납치범 3명이 등장했다. 가운데 선 인질범은 아랍어로 "한국 정부와 한국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며 "우리는 한국군이 철수하기를 원한다. 더 이상 군대를 보내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이 한국인의 머리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에 이날 밤부터 24시간의 말미를 준다"고 덧붙였다. 그의 좌우에는 AK-47 소총을 든 인질범들이 서 있었다. 이들의 말을 이라크 현지의 일몰시간으로 하면 한국시간으로 22일 새벽 1시쯤이 최종시한이며, 알자지라 TV에 방영된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경우 한국시간으로 새벽 5시쯤이 된다. CNN은 "비디오 테이프는 20일 바그다드에 있는 알자지라 지사에 배달됐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보도국장 아흐메드 알샤이크는 "테이프는 진본이며 같은 내용이 되풀이돼 전체를 방송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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