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조난자 ‘SOS 구명조끼’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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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가운 바다에 빠진 조난자도 훨씬 편안하고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 수원의 삼일공고 발명창작과 오종환(50·사진) 교사는 조난자의 위치를 알려주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저체온증을 막아주는 ‘GPS 구명조끼’를 발명해 이달 말 판매에 들어간다. 한 전자업체와 손잡고 납품하는 형태다.

이 구명조끼에는 위성을 이용한 위치확인시스템(GPS)이 달려 있어 조난자가 스위치를 켜면 구조대의 컴퓨터 모니터로 위치 정보가 자동으로 송출된다. 조난자의 위치는 30초 간격으로 최대 72시간까지 구조대 컴퓨터에 기록된다. 조난자의 체온 저하를 막을 수 있도록 3시간에 걸쳐 60~70℃의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는 발열체를 장착됐다. 불안에 떠는 조난자가 안정감을 찾는 것을 돕기 위해 수증기에 커피향까지 넣었다.

그는 자신이 지도교사로 있는 교내 발명동아리 ISV(Invention Student Venture)소속 제자 두 명과 함께 2년에 걸쳐 이를 개발, 2008년 4월 국내에 특허 등록을 했다. 그는 “발명 자체보다 학생과 함께 고안한 발명품을 상품화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며 “‘고등학생이 만든 물건에 어떻게 투자를 하느냐’‘어린 얘들을 데리고 무슨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핀잔을 들을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현장 기술자 출신이다. 대학을 마친 뒤 인도네시아의 무선통신업체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근무 중 사고를 당해 귀국하면서 어릴 때 꿈인 선생님이 됐다. 전공을 살려 삼일공고 전자통신과 교사가 된 것이 1995년. 2002년 발명동아리 ISV를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아이디어 상품들을 하나둘씩 만들었다. 중소기업청·정보통신부 공모전과 특허대전 등에 나가 상도 여럿 탔다. 그러면서 길이 보였다.

“지난해엔 체계적인 교육을 하려고 발명창작과를 새로 만들었어요. 발명과 관련한 국내외 자료를 모아 『발명과 과학』 교과서도 펴내 경기도교육감인정 도서로 인정받았어요. 특허청으로부턴 지난해부터 5년간 총 15억을 지원받기로 했어요.”

현재 발명창작과엔 1·2학년을 합쳐 76명이 다니고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산업으로 연결해 줘야 합니다. 이들이 발명을 바탕으로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구명조끼를 함께 개발한 제자들에겐 대학 4년간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수익에 따른 로열티도 계속 주기로 했습니다(올해 각각 성균관대와 건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 이런 사례가 많이 나오도록 ‘CEO형 에디슨’을 배출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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