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의원들이 받는 ‘거마비 1000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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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의원외교 등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의원들이 항공료·체재비·업무추진비 외에 별도의 활동비로 1000달러(약 150만원) 내외를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국회의장이 국회 예산으로 의원들에게 지급한다고 한다. 국회 사무처는 “이런 활동비는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관료에게도 지급되는 항목이며 국회의 경우 의원외교에 필요한 부수 경비”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의원외교는 필요한 때와 장소에 필요한 방식으로 이뤄지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국가의 예산 상황과 민간 부문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효율적이고 검소하게 이뤄져야 한다. 더군다나 사회 전체가 경제위기로 고통을 분담하자고 외치는 상황에서 대표적 지도층인 국회의원의 경비 지출은 고통 분담을 선도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집행돼야 한다.

의원들은 정부의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장관급의 여비 규정을 적용받는다. 항공 좌석은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하고 숙박비는 1급지인 경우 하루에 200~300달러를 지급받는다. 이와는 별도로 오찬·만찬 주최 등에 필요한 업무추진비를 받는다. 최근 환율 폭등으로 항공 좌석이 비즈니스 클래스로 낮춰졌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환율에 따라 다시 ‘퍼스트 클래스 여행’이 살아날 것이다. 관행으로 볼 때 의원들은 방문국에서 한국 대사관이나 기타 기관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추가로 별도의 활동비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돈은 특혜에 가까운 ‘거마비’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국회는 이미 폭력·난장판, 의결정족수 미달, ‘베짱이’ 국회가 돼 있으며 고통 분담의 사각지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세비 10% 헌납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런 것 이전에 국회는 입법과 예산 심의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국회가 무풍(無風)의 안전지대에서 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면 지도층으로서 바른 처신이 아니다. 의원외교에 예산 낭비가 없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