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동물 '자이언트' 코끼리 눈감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산 최장수동물인 아시아코끼리 ‘자이언트’가 지난 8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5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아래사진은 자이언트의 생전 모습. (서울=연합뉴스)

국내 동물원 사상 최장수 동물 타이틀을 갖고 있던 아시아코끼리 ‘자이언트’가 8일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5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자이언트는 세 살이었던 1955년 당시 삼성물산 이병철 회장이 태국에서 들여와 서울대공원의 전신인 창경원에 기증하면서 40년 넘게 서울 생활을 해왔다. 자이언트는 줄곧 동물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관람객으로부터 사랑받아 온 ‘스타 동물’이었다.

자이언트는 큰소리를 지르는 관람객이 있으면 딴전을 피우다가도 코로 흙을 뿜어내는 등 코믹한 행동을 종종 보여줬다. 무더운 여름날에는 야외 풀장에서 물장구를 치거나 코를 이용한 등목으로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다른 동료 코끼리들이 누워서 자는 것과는 달리 평생을 한번도 앉거나 누워본 적이 없는 뼈대있는 ‘양반 코끼리’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면서 걸음걸이가 안 좋아지고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노령에 따른 증세가 급격하게 나타났다.

동물원 측은 비상팀을 운영하며 온열 찜질과 물 마사지로 자이언트를 극진히 보살폈지만 8일 오후 3시께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오랜 세월을 한곳에서 살다간 자이언트가 남겨놓은 기록들도 말그대로 ‘기록적’이다.

자이언트는 어린 시절부터 하루 평균 82.2㎏씩, 평생 먹어치운 음식이 약 174만㎏에 달한다. 자이언트의 식사 비용은 총 12억3406만원에 이르고, 배설량은 2.5t 트럭 846대 분량인 211만7000㎏으로 집계됐다.

서울대공원은 자이언트의 사체를 비닐로 싼 다음 그간 자이언트가 머물렀던 방사장 땅에 묻고 12~13년 뒤에 다시 파내 골격 표본을 만들어 전시할 계획이다. 또 동물원 내의 동물위령비 옆에 추모비를 세워 자이언트를 영원히 기리기로 했다.

동물원에서 죽은 모든 동물은 사체를 소각하는 게 원칙이지만 자이언트는 동물원과 관람객과의 인연이 각별했던 만큼 특별 대우를 하기로 했다는 게 동물원 측의 설명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