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후계구도 드러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8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정치대학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선거 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기 체제를 시작하는 최고인민회의 12기 대의원(국회의원) 선거를 8일 실시했다. 5년 임기인 대의원은 당·정·군 주요 인사들이 포함되기에 선거결과는 김 위원장의 후계 구도 징후와 대내외 정책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뇌졸중으로 건강이상을 보인 데다 북한이 진력하는 강성대국 완성(2012년,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이 이번 임기 중의 일이기 때문이다.

9일 오전 공개될 예정인 12기 대의원들은 대대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2003년 선출된 687명 중 26명이 사망했고 공개된 인사 이동만 40여 곳에 이른다. 8일 밤 일부 공개된 명단에는 김성남 평양3·26전선공장 지배인(14호), 김명환 평양제사공장 지배인(49호), 신영철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 지배인(15호) 등 최근 모범기업으로 꼽힌 공장 책임자들이 새로 포함됐다. 내각 등 집행부서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되 최고 지도부는 한때 물러났던 혁명 2세대들로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를 놓고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김 위원장의 친정체제 강화 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후계자로 거명되는 김정운(3남)이 대의원에 포함될지 우리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김일성정치대학에 마련된 342호 선거구(후보자 전일) 22호 분구에서 투표하고 ‘붉은별극장’ 개관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언론들은 오전 9시부터 특별 방송을 통해 투표율과 투표장 주변을 ‘경축 분위기’라고 소개하며 주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북한 선거는 일요일=북한은 역대 대의원 선거를 일요일에 실시했다. 이번에도 일요일을 택했다. 만 17세 이상 유권자들은 선거구 책임자의 지휘로 투표소에 대기하다 선거인명부 순서대로 투표한다. 환자들에겐 선거관리위 관계자들이 이동 선거함을 들고 방문한다. 선거 직전엔 출장도 줄어든다. 그래서 8일 선거는 낮 12시 71.4%, 오후 2시 93.1%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역대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항상 99.8%를 넘겼다. 유권자는 단독 입후보자에게 찬성하면 투표용지를 그냥 투표함에 넣지만 반대할 경우 투표용지에 ‘X’를 한다. 그러나 1948년 1기(98.49%), 57년 2기(99.92%)를 빼곤 100% 찬성했다고 북한은 밝히고 있다. 많은 주민이 참여해 100% 찬성한 결과로 인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인민정권’이란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