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에서 전자제품 가장 싼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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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은 '한국보다 미국이나 일본이 더 싸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LG전자 엑스캔버스 42인치 풀HD급 42LG50 모델 가격은 124만~147만원(가격조사사이트 '다나와' 기준)이다. 이 제품은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www.bestbuy.com)'에서 1000~1200달러(155만~186만원·6일 원 달러 환율 1550원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 판매가격이 미국 판매가격보다 최대 62만원 싸다.

한국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전자제품을 가장 싸게 구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자동차 뿐 아니라 전자제품도 사서 들어오는 게 이익이었지만, 이제 환율 덕에 한국 소비자들은 안방에서 거의 세계에서 가장 싼 제품을 구입하는 셈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달러나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동일 전자제품의 한국 판매가격이 미국, 일본 등 주요 해외 시장보다 최대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바가지'를 써도 미국의 최대 할인 가격보다 낮은 상황이다.

LCD TV를 보면 고급형 LCD TV 47LG90 모델의 경우 국내에서 30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동일 제품의 미국 판매 가격은 '베스트 바이' 최저 할인 가격이 2000달러(310만원), 정상가는 3200달러(496만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파브 46인치 풀HD급 LCD TV LN46A550P1F 모델 역시 국내 가격은 186만~209만원인 데 비해, 미국에서는 각각 정상가 1500달러(233만원), 할인가 1300달러(202만원)를 줘야 살 수 있다. 국내 최고 가격이 미국 할인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TV 뿐 아니라 일반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17kg 트롬 세탁기(F3714EC)와 10kg 건조기(RN1308BS) 패키지의 국내 출고 가격은 320만원 정도다. 그러나 같은 제품의 미국 현지 출고 가격은 3200달러(496만원)로, 국내 가격보다 55%나 비싸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과거 환율이 1000원선 안팎일 때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이 워낙 취급 규모도 크고 유통망도 발달해 같은 제품이라도 국내보다 쌌다"며 "그러나 작년말 이후 원화값 급락과 함께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고 말했다.

일본 전자제품도 일본 보다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일본에 비해 국내에서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전자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엔화 값이 오를 경우 한국 내 판매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경쟁업체를 의식해 '울며 겨자먹기'로 과거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소니가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 '소니스타일'에 따르면 DSLR 디지털 카메라 '알파'(모델명 DSLR-A350)의 한국 판매 가격은 85만원으로, 일본 7만9800엔(100엔 1600원 기준 128만원)보다 34% 가량 싸다.

캠코더 '핸디캠(HDR-TG1)' 역시 국내 가격(110만원)이 일본 현지 판매가격(9만9800엔=160만원)에 비해 31% 싸다. 콤팩트 카메라 '사이버샷(DSC-T700)'도 국내(49만원)에서 일본(3만9800엔=64만원)보다 23%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도 비슷한 상황이다. 콘솔 형태의 PS3와 휴대용 PSP의 한국 공식 출고가격은 현재 각각 45만원, 23만원으로, 일본 현지 출고가 4만엔(64만원), 2만엔(32만원)과 비교해 각각 30%, 28%가 저렴하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환율 부담을 감안하면 가격을 올리는 게 정상이지만, 당분간 제품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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