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 더 달라" 고집…뉴욕 4자예비회담 결렬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4자회담이 사실상 결렬됐다.

남북한과 미.중 4개국은 19일 뉴욕 2차 예비회담에서 "4자회담 자체는 살아있다" 고 발표했지만 다음 회담의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정부대표단 관계자는 "북한이 새로운 입장을 제시하지 않는한 더 이상의 예비회담은 무의미하다" 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선 북한의 입장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3차 예비회담의 전망은 없다" 며 "연내 본회담 개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 말했다.

결국 현정부 대북 (對北) 정책의 갈팡질팡에 한 획만 더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차기 정권이 4자회담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한반도 평화문제 논의는 남북 당국자간 직접 접촉이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4자회담이 본회담 개최 합의 직전에 무산된 것은 표면적으론 본회담 의제를 둘러싼 이견에 있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긴장완화 조치에 대한 제반문제' 라는 포괄적 의제를 제시했지만 북측은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체결 주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미 양국은 이날 공식회담이 열리자 의제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어 오후에는 중국을 제외한채 남북한과 미국만의 접촉을 가졌지만 북한은 "본회담 의제를 구체화하지 않을 경우 본회담에서 대립이 계속될 뿐" 이라며 버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북한이 의제문제를 고집한 이유는 더 많은 대북식량지원과 경제제재 완화를 원했기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회담 분위기가 성숙해질 때면 어김없이 "4자회담 참석국가는 동등한 입장에서 회담에 참석해야 한다" 며 "식량지원과 경제제재 완화가 이루어져야 북한도 동등한 자격으로 회담에 참석할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는 것. 정부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기본합의서를 실천하며 본회담을 수락할 경우 대규모 식량지원에 나설 수 있다" 는 점을 밝혔지만 북한은 "좀 더 확실하게 보장해 달라" 고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한.미가 공동제안한 이후 1년6개월만에 개최된 2차 예비회담은 남북한 입장에 근본적 변화가 없는한 '있는둥 마는둥' 한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예비회담을 통해 '북.미 직접접촉에 참여하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평가하는 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 =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