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인생 역전’이 유행했던 탓인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경로’를 의미할 때도 ‘인생 역전’이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인생 역정’이라 해야 올바르다.
‘역전’과 ‘역정’은 발음만 비슷할 뿐 그 의미는 크게 다르다. ‘역전(逆轉)’은 ‘형세가 거꾸로 뒤집혀짐’이란 뜻으로 “불리하던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역전됐다”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됐다” “역전의 위기에 몰리다”와 같이 쓰인다.
‘역정(歷程)’은 ‘지금까지 지나온 경로’를 의미하며, “어머니는 쓰라린 역정을 견뎌 내셨다” “그의 얼굴은 복잡한 역정을 거쳐 온 사람 같지 않게 평온해 보였다” “작가가 걸어온 역정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쉽다”처럼 쓸 수 있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은 불행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진정한 인생 역전은 자기 인생 역정의 순간순간을 꿋꿋이 잘 헤쳐 나온 사람에게 찾아오는지도 모르겠다.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