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살해된 나리양 어제 영결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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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나리야, 어젯밤엔 네 꿈을 꿨단다.

너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우린 널 잊지 않을거야. " 유괴된지 13일만에 살해된채 발견된 朴초롱초롱빛나리 (8) 양의 영결식이 13일 낮12시 서울강남병원 영안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나리양의 같은 반 친구 韓지연 (8.서울원촌초등2) 양이 나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朴양의 작은 관 위에는 朴양이 생전 가장 아끼던 분홍색 곰인형과 하얀 레이스가 달린 붉은색 원피스가 주인을 잃은채 쓸쓸히 놓여있어 슬픔을 더했고 급우들은 제각기 나리양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고 와 영정 앞에 늘어 놓았다.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하늘나라에서도 부디 잘 살아. 그리고 또다시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줘. " (홍지연이가) "언젠가는 너를 다시 만날거야. 너도 우리를 잊지마. 너는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지켜줘야 돼. " (세영이가) 친구들은 나리를 잃은 슬픔을 못이겨 울먹이면서도 한결같이 이같은 불행한 사고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늘나라에서 지켜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김춘식 (金春植.59) 목사는 朴양을 위한 기도에서 "나리야, 이제 사악함 없는 천국에서 영원히 초롱초롱 빛나는 삶을 살아라. 이 땅에 남은 죄 많은 어른들을 용서해라" 고 빌었다.

영결식 후 나리양은 교회신도들이 부르는 찬송가 '날빛보다 더 밝은 천국' 을 들으며 이날 오후 한줌의 재로 변했으며 며칠 뒤 유괴 1주일전쯤 가족들과 마지막 휴가를 보낸 서해 대천 앞바다에 뿌려질 예정이다.

한편 나리양 유괴살해 사건에 큰 충격을 받은 어린이들과 일선학교.학부모들 사이에 벌써부터 '나리양 증후군' 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원 劉모 (39.서울서대문구홍제동) 씨는 13일 오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8) 이 간밤에 잠자리에 오줌을 싼 것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근래 몇년간 없던 일이었다.

劉씨는 "딸아이가 나리양 사건 이후 크게 불안스러워 하다 12일 나리양이 숨진채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고는 제 방에서 잠을 자지 않겠다고 울어 엄마방에서 함께 자는등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일기장에도 나리양에게 보내는 편지등 온통 나리양 이야기만 적어놓아 딸의 충격과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고 말했다.

회사원 朴모 (40.서울송파구방이동) 씨도 "나리양 사건 이후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값비싼 브랜드의 옷보다는 수수한 옷차림을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고 밝혔다.

나리양이 다니던 서울 원촌초등학교는 물론 일선 초등학교에서도 이번 사건 이후 아이들이 낯선 사람을 따라 나서지 않도록 지도하는 한편 학부모들에게도 가정통신문을 통해 자녀지도에 신경써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서울 W초등학교 曺모 (53) 교무주임은 "나리양 사건 이후 학부모 면담을 통해 자녀들의 등하교 지도에 각별히 신경써 줄 것을 부탁했다.

이전에는 자가용 등교를 자제하도록 당부했지만 이제는 말리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李那美.37) 씨는 "자식을 둔 입장에서 나도 아이가 동요하지 않도록 지도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모가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고 밝혔다.

정제원.최재희.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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