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손실 年10조원…숙취로 생산성저하·의료비 지출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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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별나게 '술 권하는 사회' 인 한국에서 술 때문에 생기는 경제사회적 손실은 얼마나 될까. 오랫동안 궁금했던 이 질문에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처음으로 수치를 제시했다.

이 연구원의 노인철 (魯仁喆)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음주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비용은 95년 기준으로 GNP의 2.8%인 약 9조7천8백40억원 (연간) 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여기에 연간 술값 (순수한 술 구입액) 4조5백56억원까지 포함하면 GNP의 3.97%인 약 13조8천3백96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번 추계는 미국의 음주관련 자료를 상당부분 활용.분석한 것으로 음주로 인한 약물 복용, 음주관련 범죄 피해등 비용 발생 요인이 자료 부족으로 누락돼 실제 비용은 더 클 것이라는게 魯위원의 주장이다.

9조7천8백40억원의 경제사회적 비용중 직접비용인 의료비는 10.1%인 9천9백억원이었고 간접비용중 지나친 음주로 인한 생산성 손실비용은 59.9%인 5억8천6백11억원, 조기 사망에 의한 인명 손실비용은 29.4%인 2억8천7백74억원을 차지했다.

이중 생산성 손실비용은 ▶암.질병으로 인한 6천9백26억원 ▶부상사고 2백38억원 ▶음주숙취 5조1천4백47억원이 포함된 액수다.

조기 사망에 의한 인명 손실비용은 ▶암.질병으로 인한 1조6천6백85억원 ▶교통사고 2천8백34억원 ▶각종 사고 8천5백29억원 ▶장제비 7백26억원등을 합산한 것이다.

전체비용중 개인은 의료비의 66%인 6천5백55억원과 장제비의 94%인 6백81억원을 합한 7천2백36억원만 부담하며 나머지 9조6백4억원은 사회가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로 인한 경제사회적 비용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독일이 2.8~4.2%로 높은 편이며 미국이 1.7~3.4%, 일본이 1.9%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이 발표는 생산측면을 제외하고 지출측면만 고려해 비용을 추계했고 음주로 인한 편익의 계량화를 시도하지 않았으며 화폐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용은 제외한 한계가 있다.

또 음주관련 질병 사망률.사망 위험률.생산성 저하율등과 관련된 국내 실태조사가 없어 미국의 기존자료를 활용했다.

이와 함께 생산성 감소를 추계하는데 비취업자의 자영업 소득.주부 가사노동의 생산가치가 반영되지 않은데 대해서도 보사연은 스스로 한계임을 인정했다.

魯위원은 "알콜의 중독성과 해악이 입증된만큼 사회적 비용 유발에 대한 공평부담원칙 구현을 위해 제조업자들로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거둬 건강증진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고 밝혔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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