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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음악회 '음악 법회'로 정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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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불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산사음악회가 빠른 진화과정을 밟고있다. 산사를 배경으로 차용한 단순 이벤트 차원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한국형 야외 콘서트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부처님께 올리는 소리 공양'으로 주목받는 새 산사음악회는 경남 합천군 해인사가 5월 7~8일 현지에서 '개찰 이후 1200년만의 음악법회'로 선보이는 '화엄만다라'.

"소문내고 한 번 제대로 치뤄보겠다"는 포교국장 일감스님의 말대로 괄목할 만한 변화는 우선 음악 매니지먼트사 'A&A'(대표 정선구)가 공조한다는 점이다. 매니지먼트사의 개입은 산사음악회에서는 처음있는 시도다. 외교통상부.아리랑TV가 후원을 맡는 것도 외국의 불자들까지 관심가질만한 문화상품으로 이 음악법회를 개발하겠다는 의도다.

음악회의 내용도 그동안 산사음악회에 단골로 출연해온 대중가수는 일단 배제한 채 '붓다로드(불교전파로)'의 한국.중국.일본과 인도의 비중있는 음악가를 초청했다. 음악적 실험이 가미된 소리법회를 위해 중국의 비파연주자 투산치앙, 일본 타악기 연주자 마사야 등을 초청했고 총출연자를 따로 둬 전문성을 확보했다. 승려생활을 한 적이 있는 국악 피아니스트 임동창(50)씨가 그다.

일감스님은 "임씨와는 7년전 서울 장안사에서 명상음악회를 한차례 진행해봤다. 그때와 또 달리 해인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포함해 국보급 문화재만 70여점이 있는 명찰이다. 이런 문화유산을 끌어안는 새 방식의 음악회로 '화엄만다라'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 "법당 안의 피아노"는 산사음악회가 보편화된 지금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국악 피아니스트 임동창씨가 해인사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본래 산사음악회는 단기출가학교.여름철 수련대회 등과 함께 '대중 속으로'를 선언한 사찰들이 앞다퉈 뽑아들었던 새 카드. 6~7년 전 제한적으로 시도됐던 산사음악회 초창기에는 금기를 깨는 조심스러움 때문에 법당 안에서 치뤄지다가 최근에는 대웅전 앞 뜰로 전진배치됐다. 대중참여도 늘었다. 최근 2~3년 새 사찰의 새 풍속으로 발전했으나 비판이 없지않았다.

자연음향을 살리지 못한 채 마이크 설비에 의지한 시끄런 음악, 초청가수 중심의 짜깁기 형식 등은 '컨셉트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변화가 있다면 초창기 단골 가수들인 김태곤씨, 연극인이자 가수인 김성녀씨 등이 최근들어 다양화되면서 '찔레꽃'의 장사익씨, 노영심, 비구니 정률 등이 합류했다는 점이다. 반면 음악적 내용에 충실한 '화엄만다라'의 경우 해인사 스님들도 직접 참여한다.

음악법회 시작 전 조계정 종정이자 해인사 방장인 법전 스님의 주관으로 올리는 저녁 예불과 이어 연주되는 30분 내외의 창작곡 '화엄 만다라'(임동창 작곡)가 스님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국의 비파, 일본의 타악과 함께 한국의 피아노가 어우러지는 대규모의 합주음악에서 스님들은 새로 제작한 100여개의 방자 유기를 두드리며 음악 만들기에 나선다. 법회 2부에서는 즉흥시조창 연주와 전남대 판소리합창단의 '보렴'(부처의 공덕을 기리는 음악)연주도 펼쳐진다.

이때 관객들은 탑돌이 등을 하며 산사 생활을 적극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임씨는 "우리의 음악이 산사의 적막함을 깨거나 음악법회를 찾은 이들의 마음공부을 흩으러버리지 않을 것이다. 음악회 시작 전후 명상과 참선을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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