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흔들려도 한국AIG 문제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AIG가 미국 경제의 골칫덩어리가 됐지만 한국AIG 고객들은 크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보험사가 망해도 정부가 1인당 5000만원까지 원리금 보장을 해준다. 또 미국 정부의 지원을 계기로 한국AIG는 미국AIG와 거리를 두게 돼 오히려 부담을 줄였다.

한국AIG생명보험은 이르면 5월 회사명을 AIA생명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AIA는 한국AIG생명이 속한 ‘AIG 아시아 생보 부문’의 회사명이다. AIA는 재무제표상으론 AIG의 자회사로 남지만 AIG 본사로부터 독립된 사업체로 운영된다.

AIA는 현재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인수합병(M&A)으로 한국AIG생명이 다른 보험사에 넘어갈 수도 있다. 강영구 금융감독원 보험서비스본부장은 “만약 AIG가 파산하거나 다른 회사에 넘어가더라도 (보험 계약이 인수되기 때문에) 보험 계약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AIG 본사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은 오히려 국내 AIG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AIG손해보험은 AIG 손보 부문을 총괄할 지주회사 AIU 산하로 편입된다. AIU는 AIG와 별개의 이사회와 경영진을 구성하게 된다.

AIG를 살리기로 한 미국 정부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파산하도록 내버려 둔 리먼브러더스와 비교해 AIG에 대한 지원이 과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세금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국 재무부는 2일 성명을 내고 “경제 구조적으로 중요한 회사인 만큼 납세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AIG를 안정화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7400만 명의 보험 가입자와 다른 금융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AIG의 파산은 다른 금융사보다 훨씬 큰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AIG의 전·현직 경영인 사이의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블룸버그는 AIG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모리스 그린버그(83)가 2일 뉴욕연방법원에 AIG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그린버그는 2005년 퇴직하면서 성과급 등을 주식으로 받았다. 이때 AIG가 책정한 가격에 따라 엄청난 액수의 소득세도 물었다. 그런데 주가가 1달러 수준으로 폭락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반면 에드워드 리디 현 AIG CEO는 “현재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파생상품 관련 사업 부문을 신설한 게 바로 그린버그”라고 비난했다.

김영훈·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