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부도가 났거나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되는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회사를 떠나는 근로자들이 퇴직금을 못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아.대농.한보.삼미그룹등의 퇴직자들은 "회사가 부도나거나 부도유예상태에 처하면서 직장을 잃은 것도 서러운데 퇴직금까지 못 받아 생계가 막막하다" 고 호소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퇴직금 용도로 보험회사에 종업원 퇴직보험을 들긴 했으나 그 액수만큼 대출로 빼 쓴 경우가 대부분이라 종퇴보험은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기업이 스스로 돈을 벌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나 현재로선 해결 전망이 불투명하다.
7일 노동부에 따르면 8월말 현재 5인이상의 사업장에서 임금 또는 퇴직금 체불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근로자는 8만5천4백여명에 그 규모는 1천3백69억원. 지난해말에는 30인이상 사업장 기준으로 임금 또는 퇴직금 체불을 신고한 근로자는 2만4천3백여명에 그 규모는 5백3억원이었다.
삼미특수강은 지난 3월 부도 이후 포항제철로 넘어간 창원공장 직원 1천7백명을 포함해 2천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는데 이들은 단 한명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회사측은 종퇴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8백억원 가량의 퇴직금을 지급할 방법이 없다며 인수 기업에 미루고 있다.
지난해 1월 부도난 ㈜한보 퇴직자 7백여명중 초기에 나간 2백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맹용규 (孟龍奎) 노조위원장은 "재취업이 힘들어 생계유지가 어려운 사람이 많다" 며 "퇴직금이라도 받게 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고 있으나 방법이 없다" 고 말했다.
대농그룹도 마찬가지다.
㈜대농 청주공장 관계자는 "지난 5월 부도유예협약 이전에 명퇴한 사람들까지는 퇴직금이 지급됐으나 그 이후 퇴직한 1백여명에게는 한푼도 안나갔다" 고 말했다.
기아그룹은 부도유예협약 이후 감원된 5천5백여명 직원 가운데 용역직을 뺀 3천여명의 정규직 사원들이 한푼의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협약 직후 퇴직한 기아자동차 아산만공장의 趙모 (40.아산만공장 근무) 씨는 "PCS대리점을 준비하고 있는데 퇴직금 9천여만원이 안나와 속이 탄다" 고 한숨지었다.
건영.한신공영.우성건설등 건설업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아파트 중도금이나 관급공사 대금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에 3~4개월씩 늦어지긴 하나 이 돈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성식.심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