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 은지는 요리하기를 무척 좋아한다.
"아빠, 감자튀김 먹고 싶어요?" "먹고 싶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겠지" "그럼 엄마는?" 은지는 식구들에게 차례로 물었다.
그리고 마침내 식구들로 부터 '먹고 싶다' 는 대답을 받아냈다.
'먹고 싶지 않다' 는 의사를 끝까지 고수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먹지 않겠다고 대답할 경우 은지는 가족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채근하는등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디어 온 가족에게 허락을 받은 은지는 요리를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부엌을 어질러 일거리를 두 배로 만들어 놓지만 은지가 어느 새 저렇게 커서 요리를 한다는 생각에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덧 키가 엄마와 비슷해진 딸 아이가 부엌에서 감자 껍질을 벗긴 후 감자를 또각또각 칼로 자르는 불규칙적인 소리는 한참 동안이나 계속됐다.
그리고 고소한 기름냄새가 가족들의 코 끝을 간지럽혔다.
잠시후 은지는 내프킨을 깐 커다란 접시에 감자튀김을 거실로 내왔다.
감자는 바싹바싹하게 잘 튀겨졌을 뿐만 아니라 소금까지 쳐서 간도 잘 맞았다.
그러나 내가 정작 놀란 것은 맛이 아니었다.
감자 조각은 그 크기가 예전처럼 들쭉날쭉하지 않아 딸 아이가 감자를 가지런히 잘 썰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튀김을 먹으면서 마냥 천진하게 웃고 있는 은지에게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감자튀김을 만들던 그 정성으로 모든 일에 신중하기를…. 김홍규〈부산시해운대구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