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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NOW] " 국어야 놀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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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학가에 국어 공부 바람이 불고 있다. 각종 국가고시나 입사시험에서 우리말 구사능력을 평가하는 과목이 추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읽기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던 대학의 교양국어도 요즘엔 자신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실용국어 교육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학기부터 '인문학 글쓰기' '사회과학 글쓰기' 등 각 단과대 특성에 맞는 국어 교양강좌를 개설했다. 이 강의는 논문 구성 방법, 우리글 바로 쓰기 등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제출한 소논문을 담당 교수가 첨삭, 지도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약대는 '과학과 기술 글쓰기'를 올해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했으며, 공대도 2007년부터 이 강의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현배 부원장은 "고등학교 시절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인터넷의 발달로 학생들의 문장 구사능력이 떨어졌다"며 "글쓰기 훈련이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도 이번 학기부터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강의를 '중점 교양'과목으로 정해 모든 신입생이 수강토록 했다. 성대는 이를 위해 강의를 담당할 교원을 11명이나 새로 채용했다. 포항공대도 지난해 전임교원 5명으로 '글쓰기' 교육을 강화했으며, 수업당 인원을 22명으로 제한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고려대.연세대 등도 '사고와 표현''명저 읽기''말하기와 토론' 등의 과목을 신설해 실용국어 교육을 강화했다.

학생들의 국어 '시험'공부 열기도 뜨겁다. 입사 전형에서 '국어능력 인증시험' 등 국어시험을 치르는 언론사.정부투자기관.민간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어능력 인증시험을 준비하는 연세대 김이석(26.경제4)씨는 요즘 한글 단어를 암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의 수첩에는 '앙달머리''산돌림' 등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순우리말과 어려운 사자성어는 물론 외래어 표기법 등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김씨는 "학원가에 국어시험에 대비한 강의가 개설되는 등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외무.행정.기술고시에 우리말 구사능력과 추리력 등을 평가하는 공직 적성평가(PAST)가 도입되면서 고시 준비생들도 국어 참고서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면서 도입된 의학교육입문검사(MEET)와 치의학교육입문검사(DEET)도 종합적인 언어능력을 평가한다.

한국언어문화연구원 배동준 사무차장은 "토익 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종합적인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국어시험을 도입하고 있다"며 "2006년께 국어기본법의 시행에 맞춰 국가 공인시험이 나오면 국어 공부를 하는 수험생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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