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수교 25년 양국관계 어디까지 왔나]중국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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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일 수교 25주년을 맞아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총리가 4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방문한다.

또 가을에는 리펑 (李鵬) 중국총리가, 내년에는 장쩌민 (江澤民) 중국주석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같은 방문외교를 통해 양국은 지금까지의 경제협력 중심에서 벗어나 군사.안보등 새로운 협력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냉전 이후 중국의 전면부상에 따라 중.일 양국관계가 향후 더 협력적인 방향으로 나아갈지, 대립적인 방향으로 나아갈지 한국으로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상회담에 맞춰 양국의 현안과 입장을 점검한다.

[중국 입장]

하시모토 류타로일본총리를 맞는 장쩌민국가주석등 중국지도자들의 입장은 '과거 침략사에 대한 일본정부의 분명하고도 명확한 사실인정과 그에 대한 사과' 를 촉구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얘기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과거 침략사에 대해 일본이 여전히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는 우익세력이 여전히 발호하고 있는 것은 일본 지도부가 단호하지 못해 비롯된 것이라는게 중국측의 판단이다.

따라서 하시모토 총리의 방중 (訪中) 을 계기로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답변, 즉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침략사 인정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하시모토 총리는 방문중 적절한 기회를 통해 의견을 내비쳐 마찰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미.일 신안보협력지침과 관련한 양국간 현격한 시각차다.

선궈팡 (沈國放) 외교부대변인은 "미.일 신안보협력지침의 주변지역에 대만해협이 포함된다는 일본 관방장관의 발언은 양국관계의 기초를 뒤흔드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일본 관방장관 발언에 흥분한 것은 발언의 진의가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임을 인정치 않고 양안 (兩岸) 간 문제가 발생했을때 일본이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분개하는 대목은 양국 최고지도부간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일본측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중국측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해 장쩌민 주석과 하시모토 총리간 마닐라 정상회담에서 하시모토 총리가▶일본의 침략사 인정및 반성과 사죄▶일본내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및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불허▶댜오위다오 (釣魚島)에 대한 '3不 (不批准.不參與.不支持)' 정책을 견지할 것임을 확약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중국지도부는 이번 하시모토 총리 방중때 이같은 내용들에 대한 일본측의 명확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것을 약속받아야 한다고 벼르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일본 입장]

하시모토 총리의 중국 방문은 두 가지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일방위협력 지침 (가이드라인) 개정에 대한 중국의 양해를 구하는 것과 과거역사 인식 문제가 그것이다.

둘 다 하시모토 총리에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일본은 미국과의 방위협력 강화가 대아시아전략으로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반면 중국은 동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생리적인 거부감을 갖고있다.

지난달 18일 "가이드라인의 주변지역에 대만해협도 포함된다" 는 가지야마 세이로쿠 (梶山靜六) 관방장관의 발언에 중국측이 날카롭게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미.일 안보조약은 대만을 대상지역으로 포괄하고 있으나 72년 중.일 공동성명은 '하나의 중국' 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일본이 논리적으로 중국을 설득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따라서 하시모토 총리의 적극적인 해명에 중국이 선뜻 '양해해줄지' 는 불투명하다.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하시모토 총리는 분명한 사과와 반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표현 수준은 지난 정권과 큰 차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시모토 총리는 대신 6일 선양 (瀋陽) 의 9.18기념관을 방문, 만주사변 당시 일본의 행동을 사과하는 외교적 제스처를 취할 계획이다.

이와는 반대로 경제협력과 어업협정은 양국간 관계개선에 윤활유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95년 핵실험에 반발, 대중 무상원조를 동결했던 일본은 지난 3월 이를 해제했다.

이번 방문에서 하시모토 총리는 2천억엔에 이르는 엔차관 공여계획도 밝힐 예정이다.

또 양국은 하시모토 총리의 방문을 하루 앞둔 3일 연안국주의 원칙 (불법조업 단속권을 연안국이 갖는 것) 과 잠정수역 설정을 골자로한 어업협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한.일 어업협정 개정협상에서 한국측에 매우 불리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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