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텔 투자한다고요? 불법 주거시설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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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불황기 소액 투자로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임대사업 상품.”

“1인 가구 급증으로 원룸텔 뜬다.”

요즘 서울·수도권에서 분양 중인 원룸텔·고시텔 분양 광고 문구다. 분양업체들은 1억원 안팎의 비교적 소액으로 임대사업을 해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광고한다. 등기가 돼 안전하고,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아 부담이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정부가 역세권 등지에 원룸형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하자 원룸텔·고시텔과 같은 원룸형 주택 유사 상품의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마포구, 경기도 김포·고양·수원시 역세권 등 직장인·대학생 임대 수요가 많은 곳에서 주로 나온다. 하지만 원룸텔 등은 관련법상 불법 주거시설이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원룸텔은 대개 일반 상가·사무실을 33㎡(10평) 안팎으로 쪼개 벽을 만들고, 싱크대·세탁기·침대·화장실·세면대 등을 갖춰 주거가 가능하도록 한 시설이다. 이를 직장인·대학생 등에게 임대해 수익을 낸다. 샤워텔·풀옵션레지던스 등 이름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 시설은 관련법에 없는 불법 주거시설이다. 국토해양부 주택건설과 임월시 사무관은 “원룸텔·고시텔이라는 주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상가·사무실을 주거시설로 쓰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시설이 성행하는 것은 상가·사무실을 학원이나 독서실 등으로 허가받은 뒤 주거시설로 개조하기 때문이다. 원룸텔 분양업체 직원이었던 선모씨는 “주로 독서실로 용도를 바꾼 뒤 독서실에 맞는 소방시설 등을 갖추고 허가를 얻어 주거할 수 있도록 개조해 임대한다”며 “독서실로 용도를 바꾸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다시 주거용으로 개조하거나 주거용으로 사용·임대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서실은 방마다 화장실·샤워·취사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개별 난방도 안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룸텔이 이를 갖추고 있다. 마포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허가 용도에 맞지 않는 시설을 설치한 것은 불법 용도변경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청은 최근 상가·사무실을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한 800여 명을 적발하고 10억원대의 이행강제금을 물린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원룸텔을 분양받은 뒤 임대사업을 하다 적발되면 임대수익은커녕 이행강제금을 물고 돈을 들여 원상 복구까지 해야 한다. 불법으로 규정된 만큼 해당 원룸텔(상가·사무실)을 되팔기도 쉽지 않다.

원룸텔 분양 업체들은 등기분양이어서 안전하다고 현혹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선씨는 “16㎡ 남짓으로 작게 쪼개져 있어 구분등기가 잘 안 난다”며 “등기분양이라는 것은 대개 지분등기(공동 소유)여서 나중에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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