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자금 이탈로 증시충격 … 증권가, 외국인 동향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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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의 거의 무차별적인 주식매각으로 인해 주가급락세가 빚어지자 증권가의 촉각이 이들의 동향에 쏠리고 있다.

국내경제상황이나 증시모양새를 뜯어볼때 외국손님을 끌만한 처지는 못되지만 최근 며칠간의 급격한 외국인자금 이탈로 증시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기아사태.대기업부도설등을 계기로 지난달 들어 서서히 매도우위로 돌아선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나흘동안 1천억원 넘는 순매도 (매도 - 매수) 를 기록하자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 대한 매력을 잃고 '짐을 챙기기' 시작한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철수하는 징조로 받아들이기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이달중 매수우위로 급격히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화환율불안에 따른 환리스크 부담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외국인들이 적극적매수에 가담하기 어려운데다 다음달 외국인주식투자한도 추가확대 (23%→26%) 를 앞둔 시점에서 현금마련이나 포트폴리오조정을 위해 주식을 내다팔았던게 과거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박병문 LG증권 국제조사팀장은 "최근 외국인매도세가 환율불안에서 촉발된 측면이 큰 만큼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달러당 9백10원선에서 진정된다면 이달중순 추석을 고비로 외국인매수세가 서서히 고개를 들 수도 있다" 고 전망했다.

특히 동남아 외환.증시위기와 같은 차원에서 단기투자 성향의 홍콩이나 유럽쪽 투자가들이 보유주식을 많이 내다팔고 있는 반면 주로 대형우량주 위주의 장기투자를 해온 미국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물량을 꾸준히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국인들이 국내증시를 이탈하는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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