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원인]잇단 부도·원貨 불안정 외국인자금 속속 이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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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종합주가지수 700선 붕괴가 현실로 닥치면서 증시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 주가침체가 심해지는 게 과거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을 떠받쳐 왔던 외국인자금의 이탈이 최근 주가폭락의 주범이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2일 종목당 주식투자 허용한도가 20%에서 23%로 확대된 이후 최근까지 모두 1조9천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쏟아 부으며 국내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해 왔다.

그러던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매수세가 주춤해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매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종목당 한도가 어느 정도 소진된 것외에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재벌그룹들의 부도설등으로 금융시장 위기가 고조된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원화환율 불안정에 따른 환차손 위험부담도 외국인을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외국인 매도세는 최근 이틀간 순매도 (매도 - 매수)가 8백억원을 넘으면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증시 일부에서는 외국인들의 국내증시 탈출이 시작되는 신호가 아니냐며 불안해 하기도 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국내증시를 불투명하게 바라보던 차에 최근 조지 소로스등 세계 유수의 헤지펀드들이 한국외환시장을 환투기대상으로 삼았다는 외신보도가 불안감을 일시에 증폭시킨 것 같다" 고 말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기업이나 가계의 자금압박이 극에 달할 다음달 중순의 추석때까지는 증시침체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들도 10월께로 예정된 주식투자한도 추가확대를 겨냥해 매매포지션을 더욱 소극적으로 가져갈 전망이어서 외국자금의 대거유입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증시내부 상황을 봐도 투자대기자금인 증권사 고객예탁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2조8천억원대를 맴도는 가운데 매물화 가능성이 높은 신용융자잔액이 사상최고치 경신행진을 벌이는등 증시체력도 크게 약화된 상태다.

국내경제 회생 기대감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을 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것만이 증시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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