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조카며느리 망부가 “12년전 피살 남편, 죽음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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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한영씨의 아내 김종은씨가 26일 남편이 묻혀 있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지에서 추모시를 낭독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12년이라는 세월을 내가 어찌 지냈는지 아득하게만 느껴져요. 두려움으로, 슬픔으로, 외로움으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뼛속까지 아픔을 느낍니다.당신이 너무 보고싶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였던 고 이한영씨가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지 12주기를 맞은 26일, 이씨의 부인 김종은(41)씨가 남편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추모시로 나타냈다고 일간스포츠가 27일 보도했다.

이씨는 남한에 귀순했다가 1997년 피살됐다. 부인 김씨는 26일 경기도 광주공원묘지에서 열린 12주기 추모에서 “당신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으리라, 이 글을 쓰면서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이 어려운 세상을 내 힘으로 살아보니 당신의 힘든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너무나 힘들었을 당신을 생각하며 지울 수 없는 그 날의 일들이 자꾸자꾸 떠오릅니다”라며 시로 표현했다.

김씨는 남편이 자신의 죽음을 예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신의 유언인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발 포기하지 말고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그 말. 그리고 여러 번 얘기하며 죽음을 예감했던 당신의 마음이 어떠했을 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집니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이씨 피격 이후 생활에 대해 ”가족들은 지난 수 년동안 고통과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며 ”누구하나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은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고 이한영씨의 생모는 성혜랑씨다. 성씨는 200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병으로 숨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처 혜림씨의 언니이다. 혜랑씨는 혜림씨와 모스크바에서 생활하다 지난 96년 망명해 현재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시어머니 성씨에 대해 ”시어머니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예배를 주도했던 한생명교회 김준모 목사는 “이씨는 냉면을 특히 좋아했다. 분당 옥류관에서 자주 만나 냉면을 먹을 때면 ‘나는 김정남(김정일 장남)을 좋아한다. 북한의 후계자는 김정남이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고 회고했다. 이씨의 생모 혜랑씨는 김정남의 가정교사였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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