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사의 여인들]2. 요제피네 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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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성악가로 활동했던 요제피네 랑 (1815~80) 은 뮌헨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외할머니는 유명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아버지는 궁정악단의 호른주자, 어머니는 궁정 오페라 가수였다.

요제피네도 25세때부터 궁정 오페라가수로 활약했으나 작곡은 거의 독학에 의존했다.

지난회에 소개했던 파니 멘델스존이 주변의 거센 반대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 요제피네는 펠릭스 멘델스존과 로베르트 슈만 등 선배작곡가들의 격려를 한몸에 받았다.

멘델스존의 경우 15세때 베를린을 방문한 요제피네의 노래 솜씨와 작곡의 재능에 감동받아 작곡 기초를 가르쳐줬고 1831년에는 요제피네의 부모에게 계속 작곡공부를 시키겠다는 편지까지 냈으나 요제피네의 부모는 이에 반대했다.

요제피네가 결혼하자 멘델스존은 남편 라인하르트 쾨스틀린 (아마추어 시인.법대 교수)에게도 부인이 작곡 활동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자신의 장래 때문에 작곡가로서의 활동에 방해를 받았던 누나 파니에 대한 미안함을 보상하려는 심리였을까. 요제피네가 음악적으로 매우 존경했던 슈만도 1837년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요제피네의 가곡 '환상 (Traumbild)' 에 대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요제피네는 6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던 14년동안 작곡에는 거의 손을 놓은 상태였다.

남편과 사별한 뒤 비로소 창작활동을 재개한 그녀는 주로 가곡과 피아노곡을 발표했다.

낭만주의 시대에 활동했던 여성작곡가로 요제피네만큼 생전에 많은 작품이 출판된 사람도 드물다.

출판사와 쉽게 선이 닿을 수 있었던 것은 멘델스존과 슈만의 친구로 역시 작곡가였던 페르디난드 힐러 (1811~85) 의 도움이었다.

힐러와 요제피네는 어렸을 적부터 평생 친구로 지냈다.

요제피네는 15세때 괴테의 시에 최초로 곡을 붙인 가곡 '봄의 예감' 을 작곡한 이래 1백50곡을 남겼다.

주로 사랑과 자연을 노래한 곡들이다.

그녀의 가곡들은 사후 2년만에 라이프치히의 브라이코프 헤르텔 출판사에서 2권으로 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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