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린 장승길대사 망명동기·경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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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2일 카이로와 프랑스에서 각각 잠적한 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와 형인 장승호 프랑스주재 북한총대표부 참사관의 망명은 동기와 망명과정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지금까지 나온 동기 분석은 모두 간접적인 정황의 추정일뿐이며 망명의 구체적 과정도 당사자가 안개속에 있어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는 형편이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은 장대사의 망명과정에 우리 정부가 거의 개입하지 못해 생생한 1차정보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발생했다.

우리 정부는 장대사가 지난해 8월 차남 철민 (19) 군의 잠적으로 곤경을 당하자 그의 동정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결정적 순간에 그의 행동을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대사가 북한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속에 있으며 미국과 모종의 물밑 타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 당국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고위 소식통은 "장대사와 그의 형이 오래전부터 미국측에 망명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 며 "그들이 언제 망명을 결행할지 몰랐을뿐" 이라고 말했다.

미국측은 장대사의 망명의사 타진을 받고 극비리에 그들을 카이로와 파리에서 각각 미국으로 안내하는 여러 방안을 강구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 우리 당국도 낌새는 챘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준감시상태속에 있는 장대사 부부와 장참사관 일가족을 동시에 감쪽같이 제3국으로 이동시키는 타이밍을 어떻게 잡고 주재국의 망명의사 확인을 받을 수 있는가였다는 것이다.

극비보안이 요구됐기 때문에 미국도 우리 정부에 결정적 순간을 알려줄 수 없었다는 것으로 짐작되고 따라서 우리 정부도 장대사 망명과정과 경로를 어렴풋이 짐작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또하나 동기 부분은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장대사가 아들의 잠적, 혈맹관계인 북 - 이집트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 - 이집트 수교를 막지 못했다는 실점, 식량지원을 제대로 교섭하지 못해 문책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동기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장대사 일행의 신병을 미국측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미국이 앞으로 밝힐 장대사의 망명과정과 동기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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