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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장승길 대사 부인 최해옥…김정일이 중매.인민배우 칭호 받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김정일) 께서 제게 '꽃파는 처녀' 의 주인공 역을 맡겨주신 것은 대학을 졸업한지 석달밖에 안된 때였습니다. "

장승길 이집트주재 북한대사의 부인인 최해옥씨는 86년7월 한 북한예술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자신에게 베풀어준 각별한 관심에 감읍 (感泣) 했다.

崔씨는 당시 만수대예술단 배우로 활동하면서 5대 혁명가극중 하나인 꽃파는 처녀의 주인공 꽃분이역을 맡아 1천회 공연을 기록하는등 최고의 스타로 손꼽혔던 인물. 유치원 아이들까지 崔씨를 알 정도로 인민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다.

김정일이 일본공연중인 崔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고 특별기 편으로 보약과 식료품을 보낼 정도였다는 것. 그녀의 노동당원증엔 김정일의 친필서명이 들어 있다.

결혼 상대까지 김정일이 직접 챙겨줘 촉망받던 청년 외교관이던 장승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전 콩고주재 북한대사관 1등참사관 고영환 (高英煥) 씨는 "崔씨는 이러한 총애를 이용, 김정일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외교관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 외교부에서 선발된 총각 몇명중 장대사가 선택됐다" 고 전했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崔씨는 북한의 예술계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데 앞장선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월간 종합잡지 '천리마' 에 실린 그녀의 일기는 자신의 연기생활이 전적으로 노동당과 김정일의 은덕임을 강조하는 찬양으로 가득차 있다.

그는 김정일에게 "꽃분이역을 훌륭히 수행, 충성의 보고를 올리겠다" 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다짐은 11년 세월만에 공언이 됐고 그녀는 북한체제를 등진 '사회주의 배신자' 가 되고 말았다.

崔씨는 함북 무산의 빈농집안 출신으로 무산여중과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만수대예술단에 들어갔으며 74년 공훈배우 칭호에 이어 인민배우 칭호까지 받았다.

그녀의 탁월한 연기력은 결혼한 뒤 잠시 모교인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89년1월 두아이의 어머니로서 다시 꽃분이역을 맡은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94년 이집트 생활을 시작한 뒤 몸이 불어나기 시작했으며 항상 한복차림으로 공석에 나타났다고 카이로에 근무했던 한 우리 외교관은 전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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