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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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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과 인도가 해외에서 각각 경매에 부쳐지는 청나라 문화재와 간디 유품 찾기에 나섰다.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25일 경매될 예정인 중국 문화재는 12지신상 중 쥐와 토끼 머리상이다. 제2차 아편전쟁 중이던 1860년 영·불 연합군이 청나라 원명원(圓明園)에서 프랑스로 가져갔던 것들이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타계)과 그의 동업자 피에르 베르주가 수집해 소장해 왔다. 프랑스 법원은 23일(현지시간) 이들 문화재에 대한 경매를 중단해 달라는 중국인 변호인단의 요구를 기각하고 경매를 승인했다.

중국 정부와 국민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외신 브리핑에서 “원명원 문화재를 경매에 부친다는 것은 국제법 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중국인의 문화적 권리와 민족 감정을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근대 이후 서방이 무력으로 약탈한 중국 문화재를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원명원 쥐와 토끼의 머리상, 간디의 회중시계와 안경.


중국 예술협회 장쿤(張昆) 부주석은 “청나라를 침략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강제로 빼앗아간 행위를 반성하지는 않은 채 약탈한 문화재의 소유권을 주장해 외교 갈등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상당수 중국 네티즌은 “프랑스 제품을 사지 말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경매에 참가해 돈을 주고 사들이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쥐와 토끼 머리 12지신상은 개당 1000만 유로(약 190억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인도 정부는 다음 달 4~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경매에서 마하트마 간디의 유품 회수를 추진 중이라고 AF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인도 문화부 대변인은 “인도 정부로부터 이 프로젝트를 위임받은 특별위원회가 간디 유품을 어떻게 찾아올지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인도의 은행이나 기업이 나서 경매 전에 유품을 사들일 것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경매에 나오는 간디의 유품은 안경·회중시계·가죽 샌들이다. 경매회사 측은 약 2만~3만 달러(약 3000만~4500만원)에 낙찰될 것으로 추정했다.

회중시계는 6년 동안 간디의 비서로 일한 조카딸 아바 간디가 소장하고 있었다. 간디의 트레이드 마크인 둥근 금속테 안경은 1930년대에 인도군 대령 시리 디완 나와브가 선물로 받았다. 당시 간디는 “이것은 나에게 자유로운 인도의 이상을 주었다”며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가죽 샌들은 31년 영국 런던에서 인도의 자치를 둘러싸고 원탁회의가 열렸을 때 자신의 사진을 찍어준 영국군 장교에게 감사 표시로 줬다. 이 유품들은 선물 받은 사람의 가족을 통해 전해내려오다 독일인 소장가에게 넘겨진 뒤 이번에 경매에 나오게 됐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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