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제씨 월북' 한발 빼는 국민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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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가 19일 제기한 '오익제 (吳益濟) 씨 기획입북' 의혹이 결국 새 국면을 맞았다.

공안당국과 국민회의간 대립이다.

현재로선 오래 끌수록 당국은 당국대로, 국민회의는 국민회의대로 얼마간 피해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사건을 파헤쳐야 할 당국으로서는 사건을 '정치공작' 으로 몰아가려는 국민회의의 의도를 결코 그대로 놓아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吳씨가 '황장엽 (黃長燁) 파일' 에 들었던 인물이라는등의 풍문으로 가뜩이나 국가기관으로서의 명예훼손을 우려해온 터다.

더욱이 "당국이 스스로 사건에 개입했다" 는 야당 공세는 도저히 묵과하지 못할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월북사건의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리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국민회의도 물러설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기획입북' 의혹을 제기할 때도 예상되는 파장과 불똥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망설였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넉달 앞둔 시점에서, 특히 김대중 (金大中) 총재의 당선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게 보이는 마당에 색깔시비를 그대로 놓아두다간 '대사 (大事) 를 그르친다' 는 걱정이 더 컸다.

그러나 막상 '당의 입' 인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에 대한 방문조사까지 거론한 안기부의 공세적 태도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수사결과 기획입북설이 근거없는 주장으로 판명날 경우 입게될 타격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확인안된 제보내용을 여과없이 공표했다' 는 경솔함을 지적받는 것외에 당 대변인 공식성명의 신뢰성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

국가안보가 걸린 중대사안이어서 더욱 그렇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는 우려가 당내에 퍼졌고, 때문에 오전 한때 강경분위기는 오후들어 한풀 꺾였다.

"제1야당 대변인에게 안기부장도 아닌 수사책임자가, 그것도 일과시간이 끝난뒤 일방통보식으로 문서를 보낸 점등은 전례도 없고 납득하기도 어렵다" 며 발끈했던 간부회의 결정을 오후에 '제보내용만 제공' 으로 수정했다.

한편으론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수사와는 별개로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의구심이 있다" 는 반격은 계속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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