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자=일벌레'는 옛말 40∼50대가치관이 흔들린다…제일기획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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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나라 중년남성 = 일벌레' 란 등식이 깨지고 있다.

직장.일에 대한 집착도 떨어지고, 심지어 젊은 사람보다 시간외 근무를 더 싫어하고 사회체제에도 더 비판적이다.

이는 제일기획이 최근 전국의 13~59세 남녀 4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7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조사결과 드러난 사실이다.

이번 조사결과 젊을수록 서구화.편리지향.개인성향이 강하고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전통지향성이 강하지만 직장.사회에 대한 40~50대의 가치관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예컨대 '정당한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는 설문에 대해 50대의 77%가 '그렇다' 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30대의 78%보다는 낮지만 전체평균 (75%) 보다 높다.

오히려 10대 (67%)가 이 설문에 대해 가장 낙관적이었다.

또 '가능한 한 시간외 근무는 하지 않는다' 는 항목에 대해 30대는 29%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는데 반해 40대와 50대는 40%가 그렇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돈있는 사람이 돈을 벌게 돼있다' 고 여기는 비율 또한 50대가 8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비슷한 항목의 조사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가장 낮게 나타나던 예년의 통계치와 상반된 것으로, 경기불황에 따른 명퇴바람, 무너지는 연공서열제등에 대한 실망감으로 중년의 가치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조사에서 연령별로 두드러진 라이프스타일의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10대 = 우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쓴다' 는 비율이 60%나 됐다.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인 10대의 이미지가 정신적인 자의식.독창성에 비중을 두기보다 겉치레.외모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유명상표을 입어야 자신감이 생기고 (35%) , 튀는 옷을 입어야 마음에 든다는 비율 (41%) 이 어느 세대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 20대 = 의식주생활이나 가치관이 30대보다는 10대에 가까운 성향을 보였다.

특히 직장생활과 관련, 업무와 무관한 일이라면 상사의 요구라도 응하지 않고 (24%) , '기회가 있으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겠다' 는 비율 (52%) 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당연히 30대이상보다 '직장보다는 개인생활이 우선' 이라는 비율 (41%) 도 높았고, 기타 여가.스포츠.패션등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 30대 = 집마련.자녀교육.직장일등 정신적.경제적 부담이 많다보니 어느 계층보다도 돈에 집착하면서도 가족단위의 외식활동.휴가등도 활발한 '바쁜 생활' 을 보내고 있다.

집마련이 가장 중요한 목표 (57%) 이고, 쇼핑을 할 때도 세일기간을 이용 (65%) 하거나 여러 가게를 둘러보는 (48%) 경우가 많다.

세금체제와 언론보도에 대해 불만이 많고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에 대해서도 가장 부정적이었지만, 환경오염.지역감정문제 해결등 사회주체로서의 삶에 대해서는 가장 적극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40대 = 50대보다도 사회비판적이지 않고, 대체로 현실에 순응하고 건강에 신경을 쓰면서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정부가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여기는 비율 (29%) 이 다른 계층보다 높았고, '법과 질서를 지키면 손해' 라는 응답률 (54%) 도 30대.50대보다 낮았다.

식품의 내용물 성분을 확인하고 산다는 비율 (44%) 이 가장 높게 나타났을 정도로 건강에 신경을 쓰지만, 정작 직장에선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한다는 응답 (60%) 이 어느 세대보다 높았다.

퇴근후 직장동료와 어울리면서 보내는 것 (46%) 이 여가생활의 전부일 정도로 '낀세대' 로서의 피곤함을 그대로 나타냈다.

◇ 50대 = 위에서 언급한대로 일과 직장에 대해서는 달라진 가치관을 보였지만, 여전히 어느 세대보다도 많게 아들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74%) , 부모는 장남이 모셔야 한다 (38%) 는 보수적 가치관이 강했다.

라이프스타일면에서도 침대보다는 온돌 (88%) 을 선호하며 밥을 먹어야 식사를 한 것 (91%) 이라는 전통적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가족과 외식하는 비율이 가장 낮고, 고민을 혼자서 해결한다는 비율 (49%) 이 가장 높은데서 나타나듯 내면적으로는 다소 고독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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