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니즘 1백년…유대인 민족주의로 거꾸로 가는 중동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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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스라엘 민족의 화합과 결속의 건국이념이 됐던 시오니즘이 등장한지 19일로 꼭 1백년이 된다.

시오니즘 선포 1백주년을 맞아 이스라엘의 우파정권은 주변국가와의 평화공존을 외치는 평화론자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도 시오니즘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며 시오니즘 1백주년을 계기로 이의 확산을 위한 갖가지 행사를 준비중이다.

시오니즘은 원래 유럽과 러시아 등지에서 박해받아온 유대인들이 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 아래 1897년 8월19일 모임을 갖고 민족주의 운동의 상징으로 채택한 정치이념으로 강력한 민족주의와 배타적인 노선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지난번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우파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등 주변세력들과의 공존을 주장하는 온건파및 좌파의 압력을 무시하고 강력한 이스라엘 민족국가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시오니즘을 노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네타냐후는 "나는 확장주의를 표방하는 시오니스트" 라고 공공연히 언명할 정도며 시온주의자들의 활동도 최근 극우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지는듯한 느낌이다.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시오니즘 조직은 시오니즘 1백주년을 맞아 이달말 스위스 바젤에서 '시오니즘 1세기 제전' 을 열기로 한데 이어 이스라엘에서도 '세계 시오니스트회의' 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오니즘의 부활은 사실상 유대인 정착촌 확장으로 이어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출산율이 높은 아랍계 인종을 억누르기 위해서도 해외 유대인을 적극 유치해야 하고, 그러자니 자연 추가적인 영토 확보가 필요하며 이렇게 될 경우 팔레스타인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내 '유대인 기관' 이 지금까지 매년 해외거주 유대인 자녀를 대상으로 실시해온 '이스라엘 체험 여행' 의 대상자 수를 지금까지 6천5백명에서 한꺼번에 5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는 소식은 날로 투쟁적으로 변해가는 시오니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시오니즘의 부활은 사실상 중동 평화의 매장 (埋葬) 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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