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손님 지갑 열게 하는 음악 ‘따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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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 저녁 시간대 이곳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인기곡이나 최신 팝 등 젊은이들이 즐겨 듣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출근길 직장인들이 커피를 사기 위해 모여드는 이른 아침 시간에는 매장 분위기가 달라진다. 세련된 퓨전 재즈 음악이 흐르면서 10대가 와글대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우아한 커피 전문점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매장 음악에도 전략과 법칙이 있다. 주부들이 많이 찾는 할인마트에선 성인들이 즐길 만한 ‘386 가요’를,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트는 식이다. 차별화된 음악 서비스로 고객의 발길을 잡겠다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각 매장에 알맞은 음악을 선곡·제공하는 매장 음악 서비스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TPO를 고려하라=매장 음악 선곡의 원칙은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다. 하루 300여 곡의 음악을 트는 이마트에서는 아침 시간엔 뉴에이지·발라드 등 템포가 느린 드라마 삽입곡을, 방문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템포 빠른 댄스·리믹스 음악을 배치한다. 여유 있는 시간대에는 손님들이 천천히 매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고, 바쁜 시간대에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어떤 업종이냐도 중요하다. 유통업체에서는 ‘팝 대 가요’의 비율이 1대9 정도로 손님 귀에 익숙한 음악을 주로 튼다. 반면 의류업체에서는 팝 대 가요의 비율이 9대1이다.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살리는 전략이다. 특히 아디다스·리복 등 외국 스포츠 브랜드는 “가요는 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식당가·여성층·남성층·아동층 등 층별 특색에 따라 음악이 달라진다. 똑같은 재즈 음악이라도 여성은 ‘악기 위주의 연주’를, 남성은 ‘목소리가 담긴 재즈’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를 따른다. 신세계 백화점 홍보실의 장민진씨는 “명품 매장에는 이탈리아 브랜드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이탈리아 음악 중심으로 선곡하기도 한다”며 “단 가요·하드록·메탈류 음악은 틀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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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음악 나오면 발걸음도 빨라진다=음악은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이마트 등의 전자제품 업체에서는 10분에 한 번씩 TV 광고에 등장했던 음악을 틀어 고객들이 브랜드를 쉽게 기억하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 매장에서 TV 광고 음악이 반복해 흘러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2006년 이마트가 고객 368명과 직원 1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고객의 49.9%, 직원의 55.6%가 ‘매장에서 음악이 나오는 게 물품 구매에 도움이 된다’(‘도움 안된다’는 9.3%, 8%)고 답했다. 또 고객의 51.9%는 ‘매장에서 빠른 음악이 나오면 물건을 빨리 고르고 계산대로 가게 된다’(‘그렇지 않다’ 26.3%)고 말해 매장 음악이 쇼핑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 음악 서비스 확대=각 기업이나 가게 주인이 직접 음악을 선곡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전문 음악업체에 매장 음악 서비스를 요청하는 곳도 늘고 있다. 매장 음악 서비스는 매장을 찾는 고객의 나이·성별·음악 성향 등을 고려해 음악을 선별한 뒤 인터넷으로 실시간 전송해 주는 서비스다. KTF 뮤직과 SK 비즈멜론, KT 샵캐스트 등이 대표 업체로 꼽힌다.

현재까지 매장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는 매장 수는 전국 2만여 개 전후에 불과하다. 그러나 서비스 업체들은 국내 매장 음악 서비스 시장을 700억원 규모(40만 개 매장)로 추산하고 있다. KTF 뮤직의 정윤종 뮤직매니저는 “돈을 적게 들이고도 매장의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음악”이라며 “따라서 불황에도 매장 음악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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