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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영일기]유럽투자가들의 잣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92년 10월 고합그룹은 해외 전환사채 (CB) 3천만달러를 발행키위해 대우증권을 주간사로 하여 스위스 취리히에서 '로드쇼' 를 갖게 되었다.

크레디드스위스 은행을 스폰서로 해 유럽 투자자 약 3백명이 참석했다.

약 1시간20분간에 걸쳐 고합그룹의 종합적인 현황과 미래에 관해 설명했다.

대우증권측에서는 한국의 주식시장 전망과 더불어 고합의 경영 내용과 구조, 현금흐름 (CASH FLOW) 등에 관해 객관적 입장에서 이야기했다.

그 결과 3천만달러의 CB는 아주 성공리에 판매되었다.

92년 10월은 북한 김일성이 사망한후 3개월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유수한 기업들이 해외 CB와 주식예탁증서 (DR) 등 해외증권 발행을 무기한 연기했던 때이지만 고합은 울산단지 1단계 완성에서 자신을 가졌기에 감히 도전하게 됐으며 이것이 적중한 것이다.

당시 투자자들과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된 내용은 외국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사를 잘 반영한 것으로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것 같다.

- 울산 단지 구조재구축 공장의 특징을 요약해달라.

"경비절감.고부가가치 추구.시장확보를 통한 전량판매 전략등으로 생산.판매가 융합하는 종합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장은 풀가동하고 재고는 거의 바닥이 날 수 밖에 없다.

동시에 구조재조정에 역점을 둔 것이 인력관리였다.

무인자동화 시켜서 타사와 대비해 인력을 5분의1도 안되도록 조정할 수 있게 됐다. "

- 구조재조정 사업에 투자가 많았을텐데.

"울산 구조재조정 단지를 건설하기위해 투자한 액수가 좀 큰 것은 사실이나 21세기 세계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투자였다.

이제 풀가동하면 생산품목이 부가가치가 높고 시장의 확보.판매에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현금흐름도 좋아지고 이익도 크게 개선된다.

세계 시장과 연결된 종합 경쟁력 시스템을 갖췄다. "

- 한국 증권시장 전망은.

"개방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한국기업은 잠재력이 있을뿐 아니라 젊은 엔지니어나 경영세대들이 주도하는 벤쳐기업이 많이 탄생될 것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한국증권시장 전망은 대단히 좋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한도도 대폭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증시 전망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

- 노임과 인력수급전망은.

"노임은 계속 상승할 것이고 곧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다.

노사문제가 성숙한 차원에서 해결돼야하는데 다소 걱정이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력수급 문제는 다소 심각하다.

근로자는 많으나 고기능성 기술자 확보가 심각하다.

국제화 요원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

- 섬유 제품중 넥타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인가.

"넥타이의 경우 실값은 2백원 내외. 무게로 말하면 30g정도인데 내가 매고 있는 타이는 1백달러짜리가 된다. 이것은 디자인과 색상 값이다.

우리 그룹은 화학원료로부터 직물 가공.염색까지 통합 시켰기 때문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지금 울산2단지에서 생산하는 예를 보면 2백80달러짜리 MX 1톤을 가지고 비디오 필름 1톤을 생산하면 3천2백20달러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

(기타 질의응답 생략) 특기할 것은 이들 유럽투자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회사를 평가한다거나 투자를 할 때 핵심기준을 재무구조나 부채비율등보다 중요한 항목으로 차입한 돈으로 고부가가치 수익성 부분에 투자했는지, 비용절감을 해서 종합경쟁력을 갖추었는지등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또 세계적 전략 경영을 갖고 있느냐, 최고경영층의 경영이념이 국제적이냐, 연구개발 (R&D) 투자가 잘 돼있느냐는 등 미래가치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상운 <고합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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