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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부리지 않는 정연한 질서와 강인함이 자연과 어울려 ‘차 없는 거리’는 그 생겨난 연유를 묻기에 앞서 이 길이 있음으로 해서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이 길에서 가능한지 궁금하게 한다. 건축가 민현식의 건축작업에서 보이는 정연한 질서와 강인함이 이 길을 통해 대학의 한 축을 아주 강하게 지지해 주고 있다.
내가 본 건축가 민현식
도서관에서부터 남문에 이르는 차와 사람이 섞여 있던 길을 혼돈에서 탈피해 차분하고 지성적인 사유의 길로 만들어 낸 것이다. 건축가의 정성과 자제력이 부담을 안고서 이겨낸 결과이며, 차가 없는 길이라는 그 사실 이상의 신비한 자유를 느끼게 한다. 차의 소란함도 거리의 요란함도 없는 이 길은 오히려 거칠고 오래된 신작로에 들어선 듯한 회화적인 느낌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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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스러운 길거리 부재들 같은 시선을 붙잡는 어떤 과장도 보이지 않는 대학의 일상을 기억하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학교거리를 보여주려 한다. 내면의 깊숙한 사유를 정갈한 문장처럼 이 길에 쓴 건축가 민현식의 그간의 다른 건축 작업 역시 힘들게 억지를 부린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특히 이 대학의 동편과 서편에 각각 자리한 민현식의 여러 대학건물은 땅의 흐름에 순응하듯 평이하나 엄정하게 조직되어 있으며 ‘차 없는 길’에서 그가 지지하는 건축과 자연의 화합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길은 가벼운 언덕에다 평평하고, 느림과 편함을 위한 적정한 길의 이야기를 펼칠 소박한 도구들도 지니고 있지만 아주 가느다란 샘물 같은 물소리 또한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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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아주 가는 물줄기를 길가에 심어 두어 그 옅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이 낮은 소리들은 그동안 차에 뒤섞인 소음에 가려져 있다가 비로소 길을 통해 듣게 된 새로운 생명의 소리임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