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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셜론, 하루 30억 건 감청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2호 22면

1994년 브라질 정부가 발주한 13억 달러 공사를 놓고 프랑스 톰슨사와 미국 레이시온사가 입찰 경쟁한 일이 있다. 공사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브라질 정부를 공략한 레이시온사에 떨어졌다. 당시에는 레이시온사가 어떻게 톰슨사를 제칠 수 있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훗날 언론에서는 당시 레이시온사가 톰슨사와 브라질 정부의 통화 내용을 정확히 알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진국에선

통화 내용 도청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운용하는 ‘에셜론(Echelon)’을 통해 입수했다는 것이다.
에셜론은 NSA가 운영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수집·감시 시스템이다. 에셜론은 유·무선 전화와 팩스·전자우편·무선통신은 물론 미사일 발사실험 때 방출되는 전자신호와 같은 지구상을 떠다니는 모든 신호를 잡아내 분석한다.

‘UKUSA 안전보장조약’이라는 비밀협정에 따라 현재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같이 운영 중인 에셜론은 하루 30억 건의 통화를 감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청을 위해서는 120개가 넘는 인공위성과 음성분석 능력을 가진 수퍼컴퓨터가 동원된다. 통화 내용 가운데 ‘테러’ ‘핵무기’ ‘대통령’ 등 특정 단어가 포착되면 수퍼컴퓨터는 통화 내용을 정밀 분석한다.

유럽 각국도 개인정보 유출과 시민 감시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4월 독일에서는 해외방첩 기관인 연방정보국(BND)이 슈피겔의 주자네 쾰블 기자와 아프가니스탄 각료 간 e-메일을 감시하기 위해 ‘트로야너’라는 스파이 프로그램을 아프간 각료의 컴퓨터에 설치한 사실이 들통나 큰 파문이 일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손꼽히는 ‘빅 브러더’ 국가다. 420여만 개의 CCTV가 영국 전역에 설치돼 있다. 방대한 개인정보를 담은 생체인식 ID 카드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영국 경찰이 보유한 개인 DNA 정보는 전체 국민의 7.4%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이다. 미국(0.5%)에 비해 월등히 많다.

프랑스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전통에 따라 상대적으로 시민 감시가 덜하다. 하지만 내무부가 범죄 소탕과 테러 방지를 위해 현재 34만 개인 CCTV를 올해 세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해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 장비와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모 감시용 CCTV의 광범위한 활용이 도마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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