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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란 말 싫지만 내 역할은 할 것”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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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06면

이주호 차관은 당초 18대 총선에 출마하려 했다. 그런 이 차관의 국회의원 재선 코스를 이명박 대통령이 가로막았다. 출마를 포기시키면서까지 곁에 두고 싶어 한 것이다. ‘실세 차관’이라는 칭호가 과장이 아닌 셈이다. 그는 ‘실세’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주호 차관의 실세론

“실세 차관 얘기는 좋아하지 않지만 부서 내에서 기대는 있어요. 힘 있게 교과부를 일으켜 주면 교과부 위상도 강화된다는 기대죠. 그런 면에서 제 역할이 있다면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해야죠.”

또 한 명의 실세 차관인 박영준 국무차장과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정책 이외의 문제엔 답변이 조심스러웠다.

-인터뷰 전 차관회의에서 박영준 차관과 만났습니까.
“오늘 (박 차관이) 안 나왔습니다(웃음).”

-박 차관과는 따로 만나곤 합니까.
“오해의 소지가 많아서. 괜히…. 교육정책에만 국한하죠 뭐.”
안병만 장관을 추월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듯 인터뷰 도중에 그는 “장관님을 잘 보필하면서…” “장관님을 잘 모셔야” 같은 표현을 여러 번 썼다. ‘MB맨’ 답게 이 대통령을 무심코 ‘그 어른’이라 부르기도 했다.

교육에 대한 기존의 ‘철학’과 작금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은 없었을까. 한때는 교과부를 몰아붙이던 이 차관이다.

-청와대 수석 때와 지금 교과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습니까.
“한때 (제가 교과부를) 개혁 대상이라고 공격한 적도 있습니다. 인수위원회나 청와대는 원래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거잖아요. 제 철학이 바뀌었다는 게 아니고 차관으로 있으면서 (교과부를) 왕창 줄이자고 할 순 없죠. 제가 일을 하러 왔으니까요. 일을 잘하려면 이분들을 움직여야 개혁이 됩니다.”

-교과부 직원들과는 자주 만납니까.
“사무관도 만납니다. 장관님 잘 모시고 교육개혁 성공해야 하니까 다 포용해야죠. 교과부 폐지하겠다, 확 줄이겠다가 아니고 교과부를 초일류 부서로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한 해의 교육개혁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이 차관은 “긍정적으로 보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고 진단했다.

“기본적으로 추진했던 방향을 이탈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다만 스피드가 떨어졌고 그래서 이래선 안 된다는 경각심이 나왔고요. 그게 오히려 제가 복귀하는 환경이 된 거죠.”

그는 역대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다른 정권에선 실행단계 없이 정책입안 단계에서만 소란하게 (얘기가) 왔다 갔다 하곤 했죠. 김영삼 정부는 교육개혁위원 선정에 2년 반, 개혁안 만들 때 1년 반, 그러곤 개혁은 못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선 이해찬 장관이 드라이브했지만 준비된 개혁안 없이 정치적으로 추진하다 보니까 반발에 부딪치고 현장까지 변화시키진 못했어요. 노무현 정부는 더 말할 나위 없고요. 입시 가지고 5년 내내 공방하다 끝났잖습니까. 수능 등급제가 얼마나 논란이 컸습니까. 그렇지만 우리 인수위는 잡음 없이 (수능등급제를) 정리했습니다. 다른 정부가 4~5년간 논쟁할 사안을 우리는 빨리 정리했습니다.”

그는 “정책결정이 되었으니 이제 실행할 단계에 왔다”고 강조했다.
올 한 해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손으로 회의 테이블을 탁탁 내려치는 시늉을 하면서 그가 강조한 말이다. “이제 다시 해 보자는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한 번만 내려쳐서 되는 개혁이 아니라 여러 번, 물러섰다 다시 힘을 모아서 하는 개혁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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