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성의 '정신대 사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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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 총리가 정신대 문제에 대해 말로만 '나쁜 짓을 했다' 고 했을뿐 거기에 따른 정부 수준의 배상이나 공식적인 입장 표현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

오는 9월 고려대 박사과정에 입학, 일제말 강점기에 대해 연구할 안자코 유카 (庵由香.31.여) 는 '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기념관을 일구려는 사람들의 모임' 주요 회원. 지난해 교수.언론인.시민운동가등 20여명이 역사교육장으로 삼기 위해 정신대 할머니 10여명이 함께 사는 경기도광주 '나눔의 집' 에 기념관을 세우기로 했다.

건평 1백4평 규모로 세워질 이 '정신대기념관' 에는 위안소가 실물 크기로 재현되고 사용시간표.사용요금.군표 (이용권) 와 삿쿠 (콘돔) 등 정신대에 관한 모든 자료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나눔의 집' 원장인 裵혜진 스님으로부터 '정신대기념관을 건립하려 하는데 도와달라' 는 제의를 받고 통역.번역등 간단한 봉사활동을 떠올리며 응낙했어요. 일이 커져 공부는 언제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기념관 건립때까지 열심히 도와야죠. " 안자코가 이 모임에서 맡은 역할은 자칭 '코디네이터' 로 일본내 정신대 문제에 관심있는 인사들과 연락을 전담하면서 관련 자료를 파악, 수집하는 일. 물론 일본어 번역과 통역도 그녀의 몫이다.

지난달 기념관에 전시될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한달간 일본에 머무르며 언론인.학자등 일본인 3백여명에게 협조를 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일본은 현재 경제적으로 강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먼저 양보해야 합니다.

정신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의 사과와 이에 따른 배상, 그리고 식민지배의 실상 교육과 철저한 진상 규명등이 필요합니다. "

'일본책임론' 을 펴 친구들로부터 '친한국적' 이란 말을 듣는다는 그녀는 89년 쓰다주쿠 (津田塾) 대학 재학중 이화여대에서 1년간 교환 학생으로 지내 한국어에 능통하다.

90년부터 국제사면위원회 일본지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반도 상황이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정보를 회원등에게 제공하는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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