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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 재정자립 방안 구체적 … 실용 공약 약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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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수장을 맡게 된 박용성(69) 대한체육회장 당선자는 “당선되자마자 뭘 하겠다고 얘기하는 건 ‘빌 공(空)’자 공약에 불과하다. 내년 이맘때 체육회를 제대로 챙겼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회장선거에서 참석 대의원(50명)의 과반수 경계선인 26표를 얻어 당선된 박 회장은 “26표라는 절묘한 득표 수는 내가 자만하면 날아갈 것을 각오하라는 경고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제37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박용성 회장(左)이 전임 이연택 회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예상 깨고 1차 투표에서 당선=역대 체육회장 선거 중 가장 많은 8명의 후보들이 출마해 1차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이 1차투표에서 당선 마지노선인 26표를 얻으면서 선거는 쉽게 결론이 났다. 체육인들은 1, 2위 득표자끼리 겨루는 결선투표에서 누가 누구랑 합종연횡을 할지 다양한 관측을 내놓았지만 결국 관측은 관측으로 끝났다. 낙선한 한 정치권 출신 후보자는 선거 직후 회의장을 떠나면서 “체육계가 다 이런 식의 ‘아사리 판(질서없이 어지러운 곳)’이군”이라고 내뱉었다가 체육계 인사들의 빈축을 샀다.

◆수사(修辭)보다 ‘실질’ 쪽으로 돌아선 표심=박 회장은 선거 직전 5분씩 주어진 후보자 정견발표에서 “일부 종목에 편중된 지원을 해소하고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통합하겠다. 기부금 모금, 스포츠마케팅 등을 통해 체육회 재정 자립을 추진하고 체육회관을 증축하겠다”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봉사하는 회장이 되겠다” “체육 선진화를 이루겠다” 등 뜬구름 잡는 식의 공약을 내세웠던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통해 표심을 끌어모았다. 박 회장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체육회 예산 대부분이 정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지원받는 상황에서 당장 재정을 자립하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얘기다. 일단 예산을 확충하면서 차자 우리 자금을 모아가는 게 맞다”고 현실적인 접근방법을 제시했다. 회사(두산 회장)와 학교(중앙대 이사장) 업무 때문에 체육회장 업무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대한상공회의소장 시절 5년간 출퇴근을 그곳(상의)에서 했다. 체육회도 마찬가지”라면서도 “통신 수단이 발달한 만큼 꼭 현장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말로 비상근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비방한 것 잊지 않을 것” 묘한 여운=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반대파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라는 질문에 “이제 게임은 끝났다. 하지만 나에 대해 근거없는 비방을 했던 것은 잊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장경우 한국캠핑캐라바닝연맹 총재와 유준상 대한인라인롤러연맹 회장, 최만립 대한체육회 원로자문은 15일 두산 비자금 사건을 거론하며 “도덕성이 결여된 후보는 사퇴하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박 회장은 회견에서 “비자금 사건으로 나도 허물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체육계와 관련된 사건이 아니었고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사면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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