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보낼 미군, 아프간 파병 결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1만7000명의 병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구체적인 파병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증파 병력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해병대 원정여단 8000명 ▶워싱턴주의 육군 스트라이커 여단 4000명 ▶지원병력 5000명이다. 이 중 해병대는 4월 20일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선거 이전에, 나머지는 올여름께 현지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약 3만6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다시 준동하고 있고, 파키스탄 접경지대에 은거한 알카에다가 이를 지원하면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시급한 안보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병력 증파 요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매키어넌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은 3만 명의 증파를 요청한 바 있다.

백악관은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에 증파할 병력이 당초 이라크로 보내려 했던 병력이었음을 시인했다. 따라서 미국의 주된 전장이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임이 더욱 분명해졌다. 이번에 증파되는 병력도 테러세력의 은신처로 지목된 파키스탄 접경 지역에 주로 배치될 전망이다.

오바마는 대선 기간을 포함해 그동안 “취임 16개월 이내에 이라크 병력을 줄여 수천 명의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가 수주 내로 이라크 주둔병력 감축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부 반전주의자를 제외하곤 미국 내에서 그다지 반대가 없는 상태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증파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력 증파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황이 계속 악화하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오바마는 이날 캐나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수단만으로 탈레반과 극단주의자의 확산 등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4월 초 유럽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전까지 대 아프가니스탄 정책 수립을 마무리 짓고 병력 증강을 포함한 동맹국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