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生死 엇갈린 안전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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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비행기의 안전벨트 착용이 과연 사고발생시 생명을 보장해줄 수 있느냐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생존자중 이판석 (李判錫.55.교사.광주시남구용봉동) 씨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살아남은 것으로 밝혀졌다.

李씨는 사돈 내외.아들등 일가족 7명과 함께 기내 중간위치인 58F석에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발생 3분전쯤 '곧 착륙할테니 안전벨트를 매라' 는 여승무원의 안내방송을 들었지만 李씨는 벨트를 매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갑자기 "꽈당 쿵" 하는 소리와 함께 李씨는 정신을 잃었다.

앉은 자리에서 '붕' 뜬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후 깨어나 주변을 살펴보니 태극기가 부착된 옆날개 부분의 갈라진 틈이 보였다.

온몸을 비틀며 간신히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오자 구조대원들이 병원으로 후송해줬다.

9일 오전 미 공군수송기로 귀국한 李씨는 늑골이 부러지고 다리를 다쳤으나 다른 생존자들에 비하면 부상정도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반면 승무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살아남은 일본인 마쓰다 리카 (11) 양의 한국인 어머니 조성녀 (趙成女.44) 씨는 안전벨트를 풀지 못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趙씨는 기체 추락후 옆좌석에 있는 딸을 살려야 한다며 의식을 잃지 않았으나 허리를 졸라맨 안전벨트 때문에 꼼짝 못한채 딸에게 "빨리 탈출하라" 는 말만 했을 뿐 전혀 움직이지 못해 번져오는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 척추뼈와 가슴뼈가 부러진 승객 이용호 (李龍浩.32.회사원) 씨도 안전벨트 압박에 의한 것으로 추정돼 안전벨트가 결국 부상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항공전문가들은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벨트를 맬 경우 가벼운 기체 흔들림이나 충격에는 안전효과가 있지만 이번 사고와 같이 화재발생 때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고 말하고 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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