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社 중고생 봉사학습 체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중.고생 자원봉사가 빨리 양 (量)에서 질 (質) 로 변화되어야 한다.

여름방학중 색다른 체험으로 보람을느끼는 학생들도 많지만 무의미한 활동에 실망하는 학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앙일보가 전국 5개 시.도 청소년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실시하는 '중.고생 봉사학습 체험' (11~14일) 은 특히 지역사회에서 그같은 질적 작업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번에 6개 시.도에서 일제히 실시하는 '봉사학습 체험' 은 미국등 선진국 학교들이 학생지도에 흔히 활용되는 방법이다.

학생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찾아 봉사활동을 스스로 계획 (준비.P) - 수행 (A) - 평가 (반성.R) 토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80년대 중반부터 이를 '봉사학습' (Service Learning) 이라 이름붙여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수업과정과 연관시키고 있다.

중앙일보와 청소년센터들이 실시하는 '체험' 행사는 국내 학교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제도적으로 돌보지 못하는 현실에서 봉사학습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준비된 것이다.

따라서 학생 봉사를 시설.기관보다 동네, 즉 지역사회에서 하는 활동에 촛점을 두었다.

그리고 P - A - R 접근방법대로 먼저 학생들이 방과후 집까지 걸어오면서 접할수 있는 지역사회 문제들에 눈을 뜨게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게 했다.

공원의 외로운 할머니, 어느 아파트앞 쓰레기, 휘어진 거리 표지판등 학생들이 눈에 띄는 지역사회 문제들을 세밀하게 관찰케 하는 것이다.

이어 그 문제중 하나를 선택해 문제의 심각도.원인등을 살펴보고 목표 - 실천방법등을 설계한 뒤 이튿날 그 계획대로 수행 - 평가토록 하는 것이 이틀과정의 줄거리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모두 7~8개의 보고서를 작성해 본다.

그러면 이 지역사회 P - A - R접근이 현재의 우리나라 학생 봉사활동 지도에 어떤 식으로 접목이 될 수 있을까. 먼저 학교에선 최소한 이에대한 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사가 시간을 내 학생들에게 지역사회 문제를 관찰하고 원인과 대안을 찾고 목표와 실천계획을 짜는 방법, 수행점검.평가방법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 봉사확인서 양식을 바꿔 그 계획 - 평가과정이 담겨지고 봉사시간도 계산될 수 있도록 새 양식을 만든다.

즉 지역사회 기관.단체들이 학생들을 받을 때 우선 학생들로 하여금 봉사계획서 (프로포절) 를 먼저 작성토록 요구하고 이를 1차 확인케 하는 것이다.

교사는 봉사확인서 양식을 들려 보내며 새 양식이 채택됐음을 기관 단체에게 주지시키는 간단한 안내서도 첨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학생들이 길가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치우려 한다고 하자. 확인서를 부탁받은 동 (洞) 직원은 학생들에게 먼저 프로포절을 써 보게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그 쓰레기가 껌인지, 침인지, 종이인지를 유심히 보고 청소활동을 1백 할 지, 2백 할 지 목표를 정하고, 몇 명이 몇 시간 할지 실천방법을 구상할 것이다.

동 직원은 그 프로포절을 보고 계획단계 시간을 확인, 1차 사인을 해 주고 약속대로 수행과 평가를 하면 2차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동네 기관.단체들이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계획에서 평가까지 돌보아 줄 수만 있다면 교사들은 아무런 추가 부담없이 학생 봉사활동을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P - A - R 접근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봉사계획서를 점검한 기관측의 노력을 확인하고, 2차 사인된 '봉사시간 - 장소 - 한 일' 등을 생활기록부에 옮겨 적기만 하면 된다.

동네 통.반장이 놀이터에 페인트칠을 하겠다는 학생들의 봉사계획을 교정해 준다면 그는 이미 '자원봉사 조정자' 가 된 셈이다.

이처럼 새 방법은 잘만하면 전국의 성인들을 자연스레 학생 봉사활동 지도자로 참여시킬 수가 있다.

이번 중앙일보 '봉사학습 체험' 은 이를 위한 시도로 지역사회 기관.단체들이 확인하고 지도할 각종의 새 양식들을 선보였다.

새양식들은 미국의 그것보다 수가 많고 내용도 자세하다.

이창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