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조종사 실수로 단정못해" 美 조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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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한항공 801편의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 측은 8일 정부 사고조사반과 1차 합동조사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고는 사람의 실수에 의한 인재 (人災) 로 본다고 밝혔다.

NTSB 조지 블랙위원은 "사고 시간으로 추정되는 오전1시42분 직전 비행기와 공항의 계기작동은 정상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사고가 기계의 결함에 의한 것이기 보다 관련자의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고를 조종사 잘못으로 지적한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 며 모든 관계자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위원은 또 "사고 직전 담당 관제사가 조종사에게 착륙 유도장치인 글라이드 슬로프의 미작동 상황을 알려주었으며 기장의 영어실력이 유창했다고 증언했다" 고 덧붙였다.

그는 착륙때 사용하는 보조날개 (Flap)가 30도 각도로 올려져 있었고 랜딩기어도 밖으로 나와 있었으나 사고기가 계속 착륙을 시도하던 중이었는지, 상승을 시도하던 중이었는지 불확실하며 지상에 근접할 때 경보가 울렸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그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블랙박스 1차 해독결과 사고기가 제한고도보다 낮게 지상에 근접, 비행할 때 경보를 울리게 돼있는 GPWS (Ground Proximity Warning System)가 작동했고 추락후에도 장치가 작동상태였다" 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NTSB측은 이날 헬기로 3차원적 측량작업등을 벌인 결과 사고기는 현재 위치에서 뒤쪽으로 4백8m지점에서 왼쪽 날개 바깥쪽의 1번 엔진이 지면에 처음 충돌한 후 미끄러져 앞산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NTSB 관계자는 사고기의 엔진 4개가 모두 정상이며 조종사와 관제탑간의 교신도 이상이 없었고, 착륙 30분쯤전 도착한 컨티넨털항공 747여객기의 기장도 모든 상황이 정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그는 기상악화설에 대해 "당시 내린 비는 강력한 폭우의 강도를 6으로 봤을때 3정도로 큰 장애요인이 되지는 않았을 것" 이라며 "다만 비가 내릴 경우 활주로의 불이 안 보이는지의 여부는 조사중" 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워싱턴 NTSB 본부로 옮겨진 사고기의 블랙박스중 조종석 음성기록 (CVR) 은 오는 11일 오전부터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며 건교부.대한항공 전문가 2명이 워싱턴으로 파견됐다.

그러나 블랙박스의 나머지 부분인 비행정보기록 (FDR) 분석까지 끝내 내용이 공개되려면 6개월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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