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중소기업 우롱하는 유사'상품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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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최근 서울 역촌동 S고교 부근에서 열린 '중소기업TV박람회. '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조리기로 갖가지 요리시범을 보이며 "시중가 36만원짜리 신제품을 판촉차원에서 40% 할인된 22만원에 드린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알아본즉 이 제품은 지난해 13~14만원에 팔리다 신제품이 나오면서 단종된 구형. 중소기업청등이 중기 (中企) 제품의 판로 개척을 위해 개최하는 각종 중기상품전이 인기를 끌자 개인 이벤트업체등에 의한 유사 행사가 전국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

'중소기업TV박람회' 도 중기청이 주관했던 '중소기업제품TV큰시장' 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개인 이벤트업체인 D사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이런 행사중 상당수는 중소 제조업체 보호란 원래 목적과는 달리 영리 목적으로 이벤트업자의 배를 불리거나 유통업자들의 임시 판매장으로 둔갑하고 있다.

또 값에 비해 품질이 조악해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는 부작용도 있다.

우선 매장 임대료만 해도 중기청 주관 행사는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가장 비싼 서울 KOEX전시관도 부스 하나에 하루 16만원이면 족하다.

하지만 일부 이벤트업체들은 빈 공터등에 3×3 크기의 부스를 만들어 놓고 지역 구분없이 하루 17만~20만원씩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내로라 하는 대기업 제품, 심지어는 유명 수입화장품을 파는 종합화장품 코너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격도 시중 할인점에 비해 비싼 경우가 많고 부도난 업체의 덤핑제품 (부일가전 센서 믹서기) 등 품질보증.애프터서비스가 불확실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또 신뢰감을 주기 위해 방송사에 유료로 자막광고 서너차례 낸 것으로 해당방송사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선전하거나 심지어는 한번도 허가해준 적 없는 '중기청 후원' 이란 표시까지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3월 수원에서는 이벤트업체 ㈜뉴스가 월드컵운동장 부지에서 중소기업상품전을 주관, 3백여 업체로부터 열흘간 부스 임대료로 1백50만~1백80만원씩 받아 챙긴뒤 TV생방송 유치등의 약속을 안지키고 달아났다가 사기혐의로 구속된 일도 있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최근 방송사.지방자치단체.중소기업에 행사지원.참가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는 공문을 3차례 발송했다" 고 말했다.

한 중소제조업체 사장은 "중기청이나 기협중앙회가 이런 행사를 시작한 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행사가 일부 이벤트 업체나 유통업자의 영리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중기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중기청 주관 중기제품TV큰시장의 경우 신문 공고를 통해 상품을 모집하고, 품목선정위원회에서 참가자가 제조업체인지 또 상품 품질이나 사후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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