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더위먹은 서울시 공직기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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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괌에서 들려온 비행기 추락사고 소식이 온 나라를 비탄에 젖게한 7일 오전 출근길. 2호선 지하철 역마다 승강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오지 않는 전동차를 무작정 기다리며 발을 굴러야 했다.

오전 8시가 넘어서자 각 지하철역 주변 도로는 "또 무슨 일이 났나 보다" 는 웅성거림을 뒤로 한채 서둘러 역사를 빠져나와 택시나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로 큰 혼잡을 이뤘다.

새벽 5시무렵에 발생한 성수역 탈선사고로 8시간 동안 성수역 구간의 지하철운행이 완전중단되고 일부구간은 지연운행이 됐지만 지하철을 이용,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영문을 제대로 모른채 우왕좌왕 해야했다.

이날 을지로 3가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한 시민은 "역을 나와 합승택시를 타고나서야 라디오방송을 통해 탈선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며 허탈해 했다.

서울시측은 사고가 날때마다 신속한 대응체제 마련을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공염불이 된 것이다.

지하철 공사측은 사고즉시 각 역에 팩스전통을 보내 사고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리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지하철공사측의 지시는 일선역에서 제대로 지켜지지않았다.

이날 사고원인을 되짚어 보면 서울지하철 공사측의 근무기강 해이현상이 어느정도 심각한 것인가를 금방 알수있다.

즉각적인 안내방송을 기대한 것 자체가 연목구어 (緣木求魚)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탈선사고를 일으킨 전동차 기관사는 운전석을 바꾸지 않고 차량뒷편 운전석에서 유유히 후진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

지하철공사측은 "더위를 먹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호를 오인한 기관사의 전적인 과실" 이라며 모든 책임을 기관사에게 돌리지만 과연 잘못된 구석이 기관사 한사람에게 국한 된 것인가를 곰곰히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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