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참사 현장 니미츠 힐 주변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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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한항공 (KAL) 보잉 747기가 추락한 미국령 괌 아가냐공항 인근의 니미츠 힐 주변은 지옥을 방불케하는 참상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객기 추락 현장은 크고 작은 바위가 곳곳에 삐죽삐죽 솟아있는데다 키 높이를 넘는 열대수풀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 도보접근이 극히 어려운 지역. 이때문에 군용도로가 개설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약 1.6㎞ 떨어진 병원으로 첫 생존자를 운반하는데 무려 4시간이나 걸렸다.

…사고현장인 니미츠 힐 주변은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군 헬기의 굉음과 추락한 여객기에서 나오는 매캐한 냄새로 이곳이 '비극의 현장' 임을 실감나게 했다.

시커먼 잔해를 드러낸 기체는 흡사 '다 먹어치워 머리와 뼈만 남은 생선' 같은 모습이었으며 태극기와 태극마크.HL7468이라는 표시가 선명한 꼬리날개만 조금 남아 있어 이 여객기가 대한항공 소속임을 알게 해 줄뿐 기체의 앞부분은 완전히 타버려 잿더미로 바뀌어 버렸다.

공항에서 만난 한 교민이 "산 사람 30여명과 죽은 사람 30여명 이외에 나머지 희생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는 말이 실감났다.

…대한항공 사고여객기가 착륙할 예정이던 괌의 아가냐 공항은 항공기의 안전착륙을 유도하는데 필수적인 관제장비가 작동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 관제사가 항공관제를 맡고 있어 사고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칼 구티에레스 괌 지사는 6일 오후7시쯤 사고현장 인근에 임시로 마련된 구조작업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생존자 구조작업과 사망자 수색작업이 완료될 때까지를 추모기간으로 선포,괌 전역에서 반기를 게양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티에레스 지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주재한 마틴 잰지크 괌주재 미해군사령관 (준장) 은 "이날 오전2시30분부터 사고현장에서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사고기에서 계속 불꽃이 치솟아 이날 낮부터는 구조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다른 생존자가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며 사고기의 열기가 식을 것으로 예상되는 7일 오전6시에 구조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아가냐 (괌)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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