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 대통령 “나라에 큰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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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나라의 큰 별이 떨어졌다.”(문희상 국회부의장)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들은 정치권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애통해했다. 그는 정치인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별 같은 존재였다. 생전 정치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권력의 칼을 잡은 정치인들도 그의 꾸중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16일 오후 10시20분쯤 서울 명동성당에 마련된 유리관에 안치됐다. 한승수 국무총리(앞줄 오른쪽)를 비롯, 사제단과 신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진석 추기경(左)이 추모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김 추기경의 시신은 발인 때까지 이곳에 안치돼 매일(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신도들과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명동성당에는 밤 늦게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종근 기자]


특히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추기경의 도움을 받았던 이들은 한결같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선종 소식을 접한 직후 “성탄절 날 병문안을 간 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산업화·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국가 원로로서 큰 역할을 해 오셨던 추기경님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족사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의 등불을 밝히신 분”이라고 고인을 되새겼다.

추기경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민주화 투사 출신 정치인들의 충격은 더 컸다. 해직 기자 출신인 이부영 전 의원은 “동아투위 시절부터 추기경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인간에 대한 그분의 사랑과 관심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물려받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애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통령은 측근을 통해 “추기경님은 군사 독재 시절 저의 든든한 후원자였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의논했던 특별한 친구 사이였다”는 말을 전했다.

주요 정치인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고인을 추모했다. “국민적 지도자로서 고락을 같이 한 국민의 친구가 떠나셨다”(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어두웠던 시절의 빛이셨다”(정세균 민주당 대표), “사회 전체에 빛과 소금 같으셨던 분이 떠나셨다”(박영선 민주당 의원), “최고 성직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늘 반성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

정치계가 추기경이 남긴 화합과 사랑의 메시지를 되새겨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그분의 쓴소리가 우리 사회가 바르게 가는 지침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고,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고귀한 뜻을 이어받아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정애·남궁욱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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