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생 설지인(22)양. 그는 여름방학 때마다 '굿네이버스''이라크 난민돕기 시민 네트워크'등 봉사단체에 참여해 해외 각지를 돌며 봉사활동을 해온 맹렬 여대생이다. 그가 지금까지 모두 90일에 걸쳐 필리핀.네팔.태국.이라크.일본 등 5개국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최근 '스무살, 희망의 세상을 만나다'(동아일보사)라는 책으로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사는 필리핀 사람들을 보면서 느꼈던 무력감, 자신을 속이려 했던 네팔의 석류팔이 소년을 매몰차게 대했던 데 대한 자괴감 등을 에세이 형식으로 적었다. 봉사활동 현장에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만나 풋풋한 우정을 나눈 얘기들도 소개했다.
설양이 해외 자원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창원 명지여고 2학년 때. 미국의 코소보 공습으로 허물어진 민가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 노인의 사진을 신문에서 보고난 뒤부터였다.
"그 전까지 저는 이렇다할 꿈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공부만 열심히 했을 뿐이죠. 그러나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 밑바닥에서 찡한 그 무엇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족을 잃고 흐느끼는 이 할아버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요."
설양은 그 후 아시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때 주저하지 않고 외교학과를 택했다.
그는 번역.과외 등 아르바이트로 해외 자원봉사 경비를 마련했다. 봉사단체의 일원으로 갔기 때문에 개인 돈은 300여만원밖에 들지 않아 혼자 힘으로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학업을 마치면 국제구호단체에 들어가 일할 겁니다. 가난하고 힘들고 소외받는 지구촌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경남 창원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부모의 2남2녀 중 셋째인 설양은 "밖으로만 돌아다니다 보니 아직 남자 친구가 없는 게 유감"이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글=김동섭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