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대통령 후보, TV토론 각자 독특한 스타일 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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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당의 대통령후보가 결정되고 처음 열린 TV토론회를 통해 세 후보는 저마다의 이미지와 분위기, 독특한 스타일을 표출했다.

TV토론을 모두 지켜본 KBS와 MBC의 카메라.취재기자들의 인상비평은 이렇다.

▶이회창 (李會昌) 후보 : 순진하나 다소 어색. 모범학생 같았다.

▶김대중 (金大中) 후보 : 치밀하나 다소 지나침. 설명 잘하는 선생님 같다.

▶김종필 (金鍾泌) 후보 : 노련하나 다소 밋밋.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

신한국당 李후보의 갸름한 얼굴형은 텔레비전 화면으론 매우 적합한 소위 '비디오형' 이다.

시종일관 얼굴 모습을 화면에 크게 비춰주는 '앉은뱅이식' 진행은 그만큼 유리한 요인이 된다.

"그렇다" "아니다" 의 분명한 답변태도도 유권자에게 신뢰감을 주었다는 평이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정계입문 1년여' 의 한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토론 초반의 경직된 모습이 상당시간 지속됐고 "여유없어 보인다" 는 비판을 의식한듯한 잦은 미소가 어색했다.

무엇보다 기아 (起亞) 위기등 경제문제에 대한 답변에서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 이상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하루이틀 연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종필 자민련후보는 몇가지 스타일 변화를 시도했다.

중요하고 민감한 질문에서 짧고 분명한 답변을 한 것이다.

둘러대지 않았다.

"나만이 집권해 내각제를 이룰 수 있다" 든가 "그 사람 (이회창후보) 도 나이가 적은 분이 아니다" 는등 직설적인 대목이 많았다.

부담을 주지 않는 대화형 화법은 여전히 그의 강점이다.

그러나 사투리와 일본 어법이 중간중간 튀어나와 거슬렸다.

국민회의 김대중후보도 그랬지만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시간을 넘게 쓰며 '옛날얘기' 를 늘어놓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선 양론이 있다.

국민회의 金후보는 역시 '해박한 지식' 과 '막힘없는 말의 흐름' 이 돋보였다.

'준비된 대통령론' 답게 경제와 통일.안보문제에 대한 분명한 원칙과 방법론이 제시됐다.

곤란한 질문엔 반문을 하거나 조크로 웃음을 자아내면서 호흡을 고르는 것이 자민련 金후보와 비슷했다.

그러나 과유불급 (過猶不及) 을 지적하는 비판도 있다.

제한된 시간에 너무 많은 설명을 구겨넣으려 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논리적임을 드러내려한 탓에 편안하게 토론을 즐기려했던 시청자들에겐 부담이 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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