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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앞둔 펜션 시장을 가보니…'투자형'많은 제주 등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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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숙박업이나 민박으로 전환할 수 없는 펜션이 많아 문을 닫는 곳이 나올 것 같다."(제주시 관계자), "농어촌 민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펜션이 대부분이어서 타격은 의외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충남 태안군 관계자), 펜션 편법 운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7월 1일)을 앞두고 지역별로 펜션업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제주도와 강원도 평창 등은 단속 대상 펜션이 많아 업계가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이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면 강원도 횡성, 경기도 남양주, 충남 태안 등의 경우 민박으로 전환할 수 있는 7실 이하의 소규모 펜션이 많아 단속 파장이 세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런 가운데 업체들은 투자 수요가 줄자 펜션부지를 전원주택. 별장 용도로 매각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제주.평창 긴장, 태안은 느긋=제주도의 경우 숙박업 등록이 불가능한 주거지역 등에 펜션이 들어선 데다 일부는 농어촌 민박 허용권역이 아닌 도시지역에 위치해 민박으로도 쓸 수 없는 곳이 많다.

제주도는 도내에 운영 중인 펜션 800여곳 가운데 200여곳이 숙박 시설과 민박 어느 쪽으로도 전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한 펜션업자는 "상당수 펜션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일부 펜션들은 문을 닫거나 임대주택 등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의 경우 농어촌 민박에 포함되지 않는 8실 이상의 펜션 65곳 가운데 10여곳은 영업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서 10㎞ 이내여서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봉평면 흥정계곡 일대 등에서 외지인이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단지형 펜션들이다.

하지만 펜션 소유자가 직접 지어 운영하는 개별형 펜션은 거의 이번 단속에서 비켜갈 것 같다. 평창군 관계자는 "개별형 펜션은 7실을 초과하더라도 초과분은 창고.사무실 용도로 쓰고 영업 객실 수만 7실 이하로 낮춰 직접 영업하거나 현지 주민에게 위탁관리를 할 경우 민박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양평.광주, 충남 태안.당진 일대는 7실 이하의 개별형 펜션이 대부분이어서 파장은 미미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태안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2~3개동으로 지어진 개별형 펜션 소유자들이 친인척 명의로 분산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펜션 규제책으로 평창.횡성.제주도 일대에선 펜션 부지 매물이 부쩍 늘었다. 횡성군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펜션 매물이 지난해 말보다 10% 가량 늘어난 것 같다"며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업체, 묘책 찾기 안간힘=충남 태안의 N업체는 보유 부지 6000평에 단지형 펜션을 지어 일반 투자자에게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사업 계획을 수정했다. 부지를 전원주택.별장 용지로 판 뒤 투자자가 원하면 집을 지어주기로 한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 4월 정부의 펜션 단속 방침 발표 이후 분양이 중단된 데다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려워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횡성군에서 단지형 펜션을 짓기 위해 설계까지 끝냈던 한 업체는 부지 3만 평을 2000평 단위로 분할해 전원주택 용지 등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투자자에게 펜션 이용권만 분양하거나 고급형 별장을 분양하는 곳도 많이 늘었다. 횡성군 둔내면의 E업체는 고급형 별장을 운영한 뒤 수익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분양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회원으로 확보된 80여곳의 대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별장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펜션투자 어떻게 할까=단지형 펜션에 투자할 경우 투자수익률을 낮게 잡아야 한다. 업계에선 단지형 펜션의 투자수익이 종전보다 10~15% 가량 떨어질 것으로 본다. 숙박업으로 등록하면 소득세(9~36%)와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고 소방, 오.폐수 시설을 갖추는 데 추가 비용(평당 30만~40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휴펜션 윤광진 이사는 "숙박업으로 등록한 펜션은 수익률이 좀 낮아지겠지만 자금력 있는 업체의 단지형 펜션은 희소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유자가 직접 펜션을 지어 운영할 경우 공급과잉 상태인 제주도.평창 지역보다는 공급이 많지 않은 강원도 인제.홍천, 경남 통영 일대 등을 눈 여겨 볼 만하다고 업계는 본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앞으로 경쟁력 없는 펜션은 퇴출이 불가피한 만큼 허브농장 등 테마를 철저히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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